요즘 청년세대들 겪는 어려움·불만
법치주의나 온정주의론 해결 불가능
정치쟁점화 통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시대정신(時代精神, spirit of the time)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철학적으로는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知的)·정치적·사회적 동향에 내재하는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그 시대 특유의 사회적 상식(常識)’을 가리켜 부르는 경향이 더욱 크단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작금 한국의 시대정신, 특히 젊은이들의 시대정신 즉 청년세대정신은 과연 무엇이며, 이를 기성세대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용음악도의 눈엔 이렇게 보인다.

내 친구 A는 대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나 주구장창 양희은의 ‘아침이슬’만 부른다. 앙코르가 나와도 또 ‘아침이슬’이다. 그 노래 말고는 애국가밖에 모르는데 애국가를 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그런데 그가 최근 들어 갑자기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배워 부른다. 친구들 사이에선 빅 뉴스인 동시에 ‘안 배우는 게 날 뻔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산울림의 ‘나 어떡해’를 몹시도 좋아했던 또 한 친구 B는 이후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열창하더니만 최근엔 이무진의 ‘빨래’에 도전한다고 난리다. 친구들의 평가는 ‘진짜 안 어울리니 그냥 네 인생을 살아라’였다.

유난히 노래를 좋아했던 C는 젊어서는 미국팝송, 중년 들어서는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르며 주책을 부리더니, 최근 들어서는 나얼의 ‘바람기억’부른다고 목을 따고, 박효신의 ‘Good Bye’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작금엔 원슈타인의 ‘당신이에요’를 듣고는 그의 천재성 칭찬에 입이 마른다. 친구들의 평가는 ‘참으로 숨 가쁘게 산다’였다.

최근 A, B, C와 나 이렇게 네 명이 모여 요즘 젊은이들의 시대정신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얘기를 꺼냈다. “요즘 젊은이들은 유난히 불만이 많아 보여. 또래 친구들 중에 부모 잘 만난 친구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 쉽게 들어간다면서 정의가 실종된 것 같다고 분노하는 것 같애. 디지털능력, 외국어능력도 훨씬 못한 상사(上司)가 왜 나보다 봉급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고도 느끼고 말이지. 그러니 그래도 공정하게 뽑는다는 공무원시험 준비에 너도나도 몰리는 것이지. 게다가 내 집 마련은 별 따기지, 대출은 안 되지…. 희망이 없다는 얘기야. 엄청나게 불어나는 국가부채는 나중에 자기들이 갚아야 할 몫이지. 더욱이 그들은 자기들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정치권은 마이동풍(馬耳東風), 기댈 언덕도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

A가 입을 열었다. “이 모든 문제는 원천적으로 대기업 중심,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둔 그간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그 이전에 정치인은 물론이고, 경제나 행정 관료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시대의 고리타분한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 해방된 후에 일제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지 못한 잘못이 두고두고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지.”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잘못된 것은 모두 일제강점기 때문이란다.

이어서 B는 “경제발전에 너무 집중함으로써 그동안 근로자들의 권리가 심한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야. 민주화를 이뤘다고는 해도 아직 덜 됐어. 정치민주화가 교육민주화로, 언론민주화, 사내민주화로 확산되어야 해.” 그는 언제나 민주화타령이다.

C의 차례가 돌아왔다. “기성정치권이 일제강점기문제, 남북문제 같은 답을 찾기 힘든 오래된 시대적 문제나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경제이념문제, 거의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는 자유·인권·환경·민주화문제 등을 당파적 차원에서 되새김질하며 우려먹고 있으니, 청년들이 울부짖는 문제는 눈에도 안 들어오는 거야.” 역시 젊은이들을 가장 이해하고 가까이 가려는 C의 얘기가 가장 정답에 가깝게 들린다.

그렇다. 젊은이들이여, 여러분의 불만과 분노는 사법적으로나 온정주의에 입각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정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성 정치인이 해결해주길 기다려서 될 문제도 아니다. 여러분 스스로 정치쟁점화해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내가 앞장서겠다. 36세 청년 이준석이 먹힌 이유이다.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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