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지난 5월20일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 곧 메르스 바이러스 질환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경기 서울에서 출발하더니 전국적으로 3000개에 육박하는 학교가 휴업을 실시한 바 있는가 하면 외국에서는 한국 여행을 기피하고, 경제활동의 침체를 예상한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1.5%로 내려 사상 최저의 금리를 기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감염을 우려하여 병원에 들르기를 망설이고, 심지어 메르스 감염환자를 받지 말라고 한 모병원의 진료부장은 보직이 해임되기도 하였다.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발병 가능성이 있으면 격리하고 있듯이, 옛날에도 역병이 돌면 감염을 염려한 사람들이 유행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고 몸을 피한 경우가 있었다. 17세기 인물 이건(李健)은 1650년 겨울에 갑자기 역질이 유행하자 처자식이 세 곳으로 분산하게 되었다. 홀로 먼 곳으로 피신하게 된 그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도록 가족을 만나지 못하여 일신이 외롭고 고통스러운 속에서 자취를 붙일 곳조차 마땅치 않고 심사가 안정되지 않자 홀로 화악(華嶽)의 동쪽 기슭에 올라 부모를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

화산 동쪽 기슭에서 돌아가는 구름을 바라보는데

어머니는 어디쯤에서 홀로 문에 기대어 기다리실까?

산에 오르면 번민을 풀 수 있다고 누가 믿는가?

풍광과 물빛이 모두 넋을 빠지게 하네.

華山東麓望歸雲 何處慈親獨倚門

誰信登臨能遣憫 風光水色摠消魂

이 작품은 전염병 때문에 갑자기 이산가족이 된 시인이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높은 산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며 부모를 생각한다고 한 <시경> 구절처럼 그 행동을 따라서 해 보지만 오히려 온갖 풍광과 물빛이 그리움을 더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은 이처럼 불시에 가족과의 이별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루 바삐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행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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