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2016년 1월은 첫날부터 3일까지가 연휴여서 관공서와 회사에서는 4일 이후에 신년교례의 모임을 갖거나 시무식을 개최하여 새해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이 기간에 TV에서는 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인물의 모습을 경쟁하듯이 비춰주었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신년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간혹 음력설이나 추석 연휴에는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낸다고 하니 이것도 근래에 새로 등장한 풍속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여행에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다채로운 삶을 살피는 즐거움이 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일정을 감당할 만한 체력과 시간적 여유, 경제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연휴를 이용한 여행객은 체력과 경제력은 구비되어 있지만 여유 시간을 내기 힘든 인물일시 분명하다.

옛 절에서 일찍이 노닌 지 벌써 십 년이 지났는데

차가운 재사(齋舍)에 홀로 앉으니 생각이 아득해지네.

옛 산천의 봄빛은 모두 이전과 다름이 없건만

구성(龜城)을 바라보니 두 줄기 눈물이 흐르네.

古寺曾遊已十秋 寒齋獨坐思悠悠 고사증유이십추 한재독좌사유유

故山春色渾如舊 回首龜城雙涕流 고산춘색혼여구 회수구성쌍체류

이 시는 조선시대 예학의 태두로 알려진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의 <다시 가야산을 유람하다(再遊伽倻山)>라는 작품이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가야산의 절간에서 옛날을 돌아보는 느꺼움을 담고 있다. 산천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건만 어린 시절 찾아왔던 구성(龜城, 김천시 지례면의 이칭) 쪽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까닭은 시인이 어릴 적에 지례현감인 조부를 따라와서 거기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행은 새 추억을 만들거나 옛 추억에 젖게도 하는 만큼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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