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치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일본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비행기가 없던 시대에는 해상 세력이 강한 섬나라나 반도가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현대전은 공중전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 하나에 백기가 올라간 것도, 원자폭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겐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륙에서의 전쟁은 쉬이 끝나지 않는다. 이라크전 등 중동사태의 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이유도 대륙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대륙에서는 여차하면 이웃나라로 도망갈 수 있다. 쫓아 공격하는 입장에서도 주변국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나 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도망칠 이웃도 없는 것이다. 항복을 하든지 바다에 빠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잘 살지만 일본 사람들은 이런 섬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멀리 남미 페루에서 자국민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것이나, 한 때 미국의 땅과 빌딩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던 것도 바로 이 섬 콤플렉스 때문이다. 말하자면 섬나라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해 보겠다는 병적 의지의 발로였던 것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에 가담하게 된 이유도 다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
 올해로 패전 60주년을 맞은 일본은 패전국으로서의 참회와 반성은 커녕, 팽창주의로 확보했었던 땅에 미련을 두고,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독도 뿐만이 아니다. 센카쿠(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오키노도리시마, 그리고 쿠릴열도 이 모두를 자기네 것이라 우기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정부 수립 이후 1900년대 초반 군국주의를 통해 무력으로 침탈했거나, 일방적으로 편입했던 땅들을 그들 땅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해당 영토의 역사적 연고를 주장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주인 없는 땅"이라 으름장을 놓는다.
 깡패가 따로 없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그들은 고립될 것이다. 대체 무얼 믿고 생억지를 부리는 걸까. 어느 민족처럼 선민사상에 젖어서인가. 아님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을 믿어서인가.
 후자도 하필이면 묘한 시점에서 우리보고 주적을 명시하라 한다. 주적이라, 힘든 이야기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또 그 역도 성립하는 시대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은 피를 나눈 동포이지만, 일본은 피는 커녕, 뜻을 같이 한 동지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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