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통해 오늘날 미국처럼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힘을 자랑해온 국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한 때 맹위를 떨쳤던 "해가 지지 않은 영국"이나 "무적함대의 스페인"도 미국 앞에서는 왠지 초라해 보인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을까.
 그 해답의 반은 19세기 발발한 두 개의 전쟁에서 구할 수 있을 듯하다. 1861년에 발발한 남북전쟁은 당시 미국 인구의 2%인 50만명 이상이 참사했을 정도로 큰 상처를 남겼지만, 그것은 전범과 반역자를 생산하지 않았다. 4년간의 전쟁 끝에 남군이 항복한 장소인 버지니아 주의 애포머톡스에는 전쟁 종식 기념비나 전사자 추모비가 없다.
 고대 이래 영토를 확장할 때마다 전적비와 승전비를 남긴 방식에 익숙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은 건국 초기에 이미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 곳을 승자와 패자, 충성과 반역이라는 잣대 없이 "미국이 다시 합쳐진 곳"으로 기억할 뿐이다.
 두 번째는 멕시코와의 전쟁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알라모 전투를 통해 텍사스를 빼앗은 미국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 마저 얻으려는 미국의 욕심은 결국 대 멕시코 선전포고에 이르게 되며, 결과는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다.
 1848년 3월10일, 드디어 한반도 넓이보다 6배 더 큰 땅덩이가, 그것도 세계 최고의 곡창지대와 무진장한 지하자원이 묻혀있는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와이오밍, 콜로라도가 미국의 입 속으로 굴러들어오게 된다. 한 마디로 야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갖춰지는 순간이었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제퍼슨은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미국인은 다른 국민에게 굴욕과 수모를 받기에는 너무나 높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미국인 만이 선택됐으며, 미국인 만이 중요하다는 선민의식이 내포돼 있다.
 아마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도 이 선민의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전쟁은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 전쟁은 내적으로는 통합을 이루게 했고, 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을 가져다 주었다.
 게다가 또 덤 같은 행운이 있었으니 인디언들도 그렇고 멕시코인들도 그렇고, 모두 바보스러울 만치 착한 이웃들이란 것이다. 우리 같으면 독립운동이다, 국토회복운동이다, 난리가 났을 터인데" 아무튼 전쟁에서 재미 본 미국, 사람고기 맛을 본 호랑이처럼 그 맛 쉬 잊지 못할 것이다. 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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