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주택들의 대문 안쪽에는 조그만 종들이 달려 있다. 문 안에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는 초인종이 아님이 분명하다.
 1985년 9월19일 오전 7시경, 아카풀코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귀신이 침대를 흔들어대는 느낌에, 우린 더이상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안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20층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부러질 듯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머리는 창문 안 밖을 넘나들었으며, 두살 먹은 아들과 아내는 마치 놀이공원 범퍼카처럼 방모서리에서 쿵쾅거리고 있었다. 리이터 규모 8.1의 대지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었던 곳은 20 층 중 12층, 탈출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신이 도와서인지 어쨌든 우리는 살아남았다. 살고 있었던 곳이 멕시코 국립 대학교 뒤편으로 지반이 단단한 암반지역이었기 때문이다. TV를 틀었다. 채널을 돌려봐도 지진에 관한 뉴스는 들을 수가 없었다. 채널 13의 아침요리 시간인 "소금과 후추" 요리사 아줌마도, 예나 다름없이 자기 엉덩이만한 프라이팬을 신나게 돌리며, 음악에 맞춰 살사를 추고 있었다. 이게 바로 만만디 멕시코의 모습이던가.
 그러나 30분 정도 지나자 곳곳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불과 1~2분 사이에 도시는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다. 친구 부부와 우리는 오후에 지진피해가 심한 시티 중심부인 쏘나로사 지역을 구경 가기로 했다.
 그 때가 저녁 6시경, 입구가 차단되어 있어 막 돌아서려 할 때였다. 진도 8.0의 2차 지진이 온 것이다. 차체가 성난 파도 위의 조각배처럼 흔들거렸다.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머리는 연신 차 천정에 쥐어 박혔다. 차를 움직여 보려했으나 불가능이었다. 앞에는 버스, 뒤에는 대형트럭들, 우리는 샌드위치가 되어 꼼짝달싹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로 위로 오전 첫번째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았던 건물들이 마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으며, 차들은 박살이 나, 연신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몸을 차 바닥에 붙이고 기도를 했다. "쿠바디스! 인간의 문명은 소꿉장난입니다. 오! 신이시여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린 또 한번 살아남았다. 앞의 버스와 뒤의 대형트럭 덕분이었다. 그제야 멕시코 집 대문 안쪽에, 예수처럼 처연히 매달린 그 조그만 종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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