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슈퍼 엘니뇨’ 발생 예고
지구촌 곳곳 벌써부터 이상고온 현상
지진도 잦아…자연재해 대비 만전을

▲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여름을 원하느냐? 햇볕 쨍쨍 아주 무더운 여름을 줄까? 아니면 비가 죽죽 내리는 장마가 긴 여름을 줄까? 그러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어떤 여름을 택한들 편할 것 하나 없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여름이 같이 찾아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 한반도에 그런 여름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올여름 휴가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인즉슨 슈퍼 엘니뇨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el Nino)’란 페루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만약 당신이 1만㎞보다 먼 동태평양에 있는 페루 앞바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우리의 여름과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이미 당신의 여름 휴가는 망친 셈이다.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로 봐야 한다, 서로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엘니뇨 현상의 정의는 이렇다. ‘남미 페루 부근 해류 속에 몇 년에 한 번씩 이상 난류가 흘러들어 지구 곳곳의 날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엘니뇨에 대해 기상 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바람, 일사량, 일조 시간, 구름·비·눈·이슬·서리·얼음 등의 증발량, 빛의 현상 등 많은 기상 요소들이 정상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이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공해 때문에 지구 기상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구 곳곳’이란 말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2000년 이후 2022년까지 23년 동안 5번의 엘니뇨의 여름을 겪었다. 2002년, 2004년, 2009년, 2015년, 2019년이 그랬다. 그런데 이번 엘니뇨에는 ‘슈퍼 엘니뇨’란 이름이 붙었다. 지독하고 불안한 여름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여름이 오기 전인 5월부터 그 전조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강릉이 지난 16일 낮 기온 35.5℃를 기록했다. 이는 1911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가장 더운 5월의 기온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13일 최고기온 37℃를 기록했다. 중국 윈난성은 40℃ 이상을 기록했고 베트남, 태국 등도 40℃ 이상의 된더위 때문에 난리다. 아마추어 기상학자들까지 가세해, 인터넷에는 슈퍼 엘니뇨 ‘괴담’이 벌써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올여름 우리나라에 ‘노아의 홍수’만큼 많은 비가 온다고 한다. 7월, 8월에 비가 많이 와 ‘해가 뜨는 날이 5일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 우리나라와 지구촌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결코 지진 안전국이 아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46건, 54건, 57건의 지진이 발생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4월까지 30여 차례나 발생했다. 그런데 국민의 지진 불감증이 더 큰 문제다. 세계 곳곳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6일 강타한 튀르키예 지진은 아직 진행형이지 않은가.

한반도 크기만 한 지역이 지진으로 손해를 입고 주택 89만 채 아파트 34만 동 건물 30만 동이 손해를 입었다. 이재민 대부분이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여름 기온이 50℃까지 올라가는 덥고 습한 곳인 지진 발생 지역이 엘니뇨 현상으로 더 더워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일기는 살아있는 생물(生物)이어서 늘 변화한다. 예고되는 여름 날씨는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라 세계인이 애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월간 날씨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비만 오는 여름이 아니다. 기온은 기온대로 올라가 무덥고, 비 많은 여름이라고 한다. 필자가 모두(冒頭)에서 여름 휴가 계획변경을 이야기한 것이 이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로 곤혹스러운 여름이 현실이 된다면 거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는 여름 특수의 실종으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민심 또한 바닥을 칠 것이다. 여기 저기서 기청제(祈晴祭)를 지내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울산시는 물론 5개 구·군은 물난리와 수해에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지 않았는가. 재난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해서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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