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 저조
울산의 서비스 산업 빈약도 큰 원인
서비스업, 삶의 질·도시매력과 연관
소득·소비 선순환 지역경제 활성화
서비스업이 발달해야 도시도 활기

▲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조업 도시다. 전국 국토면적의 1.1%, 인구수의 2.2%(23년말)에 불과한 한 개 도시가 전국 제조업 생산액의 13.4%(2022년 광공업생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구성(22년 총부가가치 기준)을 보면 농림어업 0.2%, 서비스업 30.7%인데 반해 제조업은 65.0%로 압도적이다. 전국과는 제조업(28.0%)과 서비스(6 4.2%) 구성이 정반대다.

그래서인지 울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주저없이 소득이 높고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 아니냐는 말을 건네곤 한다. 소득이 높은 도시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1인당 개인소득이 1위 서울(2022년 2611만원)과 별 차이가 없는 2607만원에 달하고 전국 평균보다는 약 300만원이나 높다. 그런데 일자리의 경우에는 얘기가 좀 다르다. 제조업 일자리는 많은 편이지만 공장근무 기피로 결과적으로 고용이 많지 않다. 여기에 서비스업은 부진해서 대체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공장근무 기피와 서비스 일자리 부족으로 울산은 경제활동을 하는 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취업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이 59.7%(23년)로 부산(57.7%)을 뺀 여타 특별·광역시(서울 61.1%, 인천 63.1%)와 전국(62.6%)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울산의 낮은 고용률은 최근 2000년 이후 지속된 전형적인 사실(stylized facts) 중 하나이다. 이런 울산과 전국 간의 고용률 격차(-2.9%p)는 높은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이상 인구중 경제활동참가자수 비율) 격차(-2.4%p, 울산 61.9%, 전국 64.3%)와 실업률 격차(+0.7%p, 울산 3.4%, 전국 2.7%)에 기인한다.

울산시민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73.0%, 전국 73.3%)보다 주로 여성(50.2%, 전국 55.6%)에 기인하는데, 이는 자발적 요인과 비자발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발적 요인은 50대 이상 가구의 상대적인 고소득에 따른 여가 선택 즉, 근로 포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연령별 고용보험 순수피보험자의 남녀비중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울산 수치가 전국보다 낮은 가운데 특히 50대 여성비중에서 울산(32.7%)이 전국보다 12.4%p 대폭 낮다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비자발적 요인으로는 울산 20~30대 피보험자 여성비중(36.3%)이 역시 전국보다 9.5%p 낮은데 이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연령대에서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울산에는 젊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선호하거나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이나 일부 제조업종의 일자리가 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층(15~39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전국대비 4.8%p나 낮다는 점도 유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고용률이 낮은 두 번째 원인인 높은 실업률의 경우 전국과의 격차가 울산 남성과 여성 모두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되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9.7%)이 전국(5.9%)보다 3.8%p 크게 높아 전반적인 노동 공급과 수요간 미스매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울산에는 상대적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풍부하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는 제한적인 데다 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서비스업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울산은 세계적인 산업도시이지만 여타 지역보다 장기간 낮은 고용률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당히 낮다는 데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산업구조 차원에서 서비스업의 빈약성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울산 및 전국 고용률
▲ ■ 울산 및 전국 고용률

서비스업의 고용유발효과(11.8)는 제조업(6.3)의 2배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울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빈약한 서비스업을 발달시킬 경우 중후장대산업을 기피하는 여성과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 진입이 어려운 청년 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구감소시대에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도록 지역내 노동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서비스산업이 그 규모와 비중이 커지고 제조업 생산과정에 중간투입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제의 서비스화 진전으로 전반적인 산업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에 서비스업 발달은 제조업 발달에도 기여하는 시너지효과가 가능하다. 또한 서비스업은 지역내에서의 주요 소비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번 소득을 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패턴을 만듦으로써 돈 버는 구조와 돈 쓰는 구조, 즉 지역내 소득과 소비의 선순환관계(feedback loop)를 형성해 지역경제의 자립성을 갖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여러 대내외 경제충격의 영향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분담하게 되어 지역경제의 안정과 균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 ■ 여성 및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
▲ ■ 여성 및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

이에 더해 지역경제 규모와 수준에 맞는 서비스업 발달은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도시의 매력을 제고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에 필수적인 고급스럽고 활기찬 문화의 발달은 그에 맞는 서비스업 발달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주민들은 그럭저럭 지낼 만하지만 외지인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뭔가 2% 부족한 울산이 된다면 세계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도시경쟁력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오는 6월27일 ‘울산 서비스산업의 현황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2024년 울산경제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울산의 서비스산업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그 발전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울산이 제조업의 우위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산업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해서 위에서 말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찬찬히 살펴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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