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도시로 지정된 이후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됐다. 태화강은 1990년대 중반까지 시민에게 외면 받았다. 당시만 해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폐수는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었다. 태화강에서는 물고기가 수시로 떼죽음을 당했다. 1996년 태화강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이 11.3㎎/ℓ 수준을 기록하며, 생명체가 살 수 없고 농업·공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등급 외’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울산시는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했고 2005년 태화강을 생태적으로 건강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태화강의 퇴적 오니를 퍼내고,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등 시가 2002~2012년 태화강 수질 개선에 투입한 예산만 5850여억원에 달했다. 시민과 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2005년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수중 쓰레기를 수거했고, 기업들은 공장에 폐수 자동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자발적 감시에 동참했다.

민관의 노력은 성과를 보였다. 5급수 이하의 수질은 2009년 1급수로 회복됐고, 7대 도시를 흐르는 하천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 현재 태화강은 127종의 조류와 64종의 어류를 비롯한 7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주말 태화강 국가정원에서는 울산 에코폴리스 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미래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그간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산업이 함께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녹색환경도시로 도약할 것을 다짐하기 위한 자리였다.

때마침 태화강을 주요 무대로 서식하는 동·식물들도 그간 울산 시민의 노고에 감사라도 하는 것처럼 인사를 전했다.

울산시청 광장엔 왜가리가 날아들었고, 선바위공원 일원엔 오죽꽃이 피어 울산 시민에게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울산시청에 날아든 왜가리는 지난달 모내기를 한 시청 논 정원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다. 태화강과 여천천 등에서 활동하는 왜가리가 우연히 시청 논 정원을 발견한 뒤 계속 찾아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공원 일원에 보기 드문 ‘오죽(검은 대나무)’ 꽃이 피었다는 본보의 보도 이후 많은 방문객이 현장을 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대나무 개화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신비한 현상으로, 예로부터 대나무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겼다. 이번에 피어난 오죽꽃은 단순한 식물 생태적 현상으로 넘길 수 도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생태도시 울산을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은 울산이 창출한 세계적인 환경 모델이자 시민 참여 운동이었다. 앞서 2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시민, 지역 기업, 지자체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녹색환경도시 울산을 완성해 나가야 할 때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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