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영화의 고향’ 10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1970·80년대 무렵 영화 ‘뽕’ ‘감자’ ‘변강쇠’ 등 영화 7편이 촬영됐다. 강수연 주연의 ‘씨받이’는 국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서울 충무로에서는 삼동면 보삼마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영화마을 기념관만 있을뿐 촬영 배경이 된 억새 초가는 통째로 사라졌다. 영화 ‘공조’도 상황은 마찬가지. 울산대교, 마성터널, 울산항 석탄부두, 울산화력발전소 등이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제작사는 지자체로부터 울산대교와 터널 차량 출입 통제 등의 편의를 제공 받았지만 현재 영화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영화 포스터는 물론 울산대교 전망대에 설치했던 주연 배우 현빈의 포토존마저 없앴다.

영화 ‘친구 2’도 울산 신화마을과 하늘공원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됐다. 이외에도 ‘라이터를 켜라’ ‘고래를 찾는 자전거’ ‘돌아온다’ ‘수상한 이웃들’ 등 수많은 영화가 울산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촬영 장소마다 영화 포스터나 세트장을 관광용으로 재활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은 울주군이 원전 지원금 30억 원을 지원해 서생면 간절곶에 세트장을 만들었지만 흉물 논란만 빚다 완전 철거됐다.

▲ 한국영상자료원이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을 ‘영화의 고향’으로 선정해 만든 기념비.
▲ 한국영상자료원이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을 ‘영화의 고향’으로 선정해 만든 기념비.

지자체에서 예산 지원과 촬영 편의를 제공하고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기관이 제작사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관광객 유치와 수익을 창출한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근 포항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촬영됐다. 이후 포항시는 이 일대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벌여 음식점과 카페 서점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잘된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수많은 영화 촬영에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한 울산과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는 영화 제작사와 사전 협의를 통해 촬영 장소를 보존하고 세트장을 재정비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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