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지난주 열린 춘천문화도시박람회의 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노마드적 성향이 강한 청년세대나 예술가들은 지역의 인프라보다는 관계·참여·자율성·성취가능성 외 문화적 요소를 이유로 삶의 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며, 파급력 있는 정책 발굴을 위해서는 전국의 잘 된 도시 사례들을 펼쳐놓고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그들이 원하는 정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2052년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울산의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81만명에서 2052년에는 41만명으로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이며, 고령인구는 43.7%에 육박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위기 속에서 지금껏 울산은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이 아닌 공급자가 아는 범위 안에서 행정적으로 실행이 용이한 정책들만 추진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울주문화재단은 2022년부터 울주에 거주하는 각 장르별 예술인 20명을 ‘상상예술인’들로 위촉하고 ‘아트+상상소통회’를 운영하며, 워크숍과 선진지 벤치마킹 등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예술사업들을 함께 모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동네문화를 만들기 위해 생활문화동호인부터 문화활동가, 공간운영자 등 다양한 시민 주체들과 여러차례 소통회, 설명회를 거쳐 ‘울주생활문화활성화’ 개편안을 확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4울주동네문화생활’을 진행 중이다. 필자가 몸담은 재단의 문화적 역할 안에서는 주민들이 관계를 맺고, 함께 소통하며 소박한 시도를 통해 스스로 만든 색다른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토요일에는 주민 절반이 60대 이상인 웅촌면의 춘해보건대학교에서 주민과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두 번째 ‘울! 동네축제 웅촌문화축제’를 개최한다. 같은 동네에 있지만, 학교 담장 너머로 만날 일이 없던 청년과 주민들이 동네축제를 계기로 함께 기획도 하고 연습도 하면서 문화로 새로운 관계 트기를 시작했다.

같은 날 두서면 울주생활문화센터에서는 인근 주민들이 아침에 수확한 신선작물 직거래장터와 생활문화예술인들의 재능 발표를 결합한 ‘인보리 아침마당’을 연다. 새벽잠 없는 주민 생활 패턴에 맞춰 아침 8시부터 행사 참여자들과 모닝댄스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 협의가 필요하지만 당장 떠나고픈 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적의 환경을 찾아 삶의 경로를 선택하는 청년이나 예술인 또한 소액의 지원금과 애향심으로 붙들 수 없다면 그들이 원하는 문화적 요소라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이웃과 함께 문화적 행복을 누리는 게 하는데는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묵묵히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해 줄 깨어 있는 성실한 중간매개자가 있다면, 하루쯤은 더 살고 싶은 울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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