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지난 현충일, 부산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걸렸다. 그런데 욱일기를 내건 입주민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 (양)의사 A씨로 알려져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에는 A씨의 실명과 병원명 등 신상정보가 노출되기도 했고, 집 앞은 오물과 비난 글로 뒤덮였다.

A씨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이 있어, 이를 알리기 위해 욱일기를 내걸었다고 한다. A씨는 일제 패망 이후, 사기꾼과 탐관오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주장하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슈가 되자 다음날 욱일기를 자진철거하고 언론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개인적인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할 수 있지만, 욱일기를 거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처사이다. 오히려 의료계 내 친일 잔재와 불합리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남의 눈에 티끌만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1900년 대한제국이 제정한 ‘의사규칙’을 보면, 이 땅의 의사는 한의학을 기반으로 해 한의와 양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통합의사였다. 그러나 이후에 일제강점기의 한의학 말살정책으로 한의사가 의생으로 지위가 격하되고, 광복 이후에도 이같은 사실규명과 관계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서 한의사의 접속을 차단시켜, 신속항원검사(RAT) 업무로부터 배제시킨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1심에서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는 간호조무사나 임상병리사도 일정한 교육을 받고 의사의 지도가 있으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는데, 한의사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단기기의 보조적 사용을 통한 코로나19의 검사 및 진단행위는 한의사가 할 수 있는 한방 진료행위인 것이다. 이 외에도 불합리하게 한의사를 차별하고 배척시켜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의대증원 문제로 의료대란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 외국 의사 도입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서는 한의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의료계 내의 친일 잔재의 영향으로, 한의사가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한의사의 권한 확대이다. 한의사도 6년제 교육을 받고, 나라에서 인정한 의료인이다. 의료계와 정부는 친일 잔재의 일환인 한의사 차별을 멈추고, 한의사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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