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중국 한나라 말, 나라 안이 어지러워진 틈을 타고 도적들과 각 지방세력들이 반란을 일으켜 결국 한나라는 멸망하고 위·촉·오 세 나라가 맞서는 삼국시대가 열렸다. 서기 208년, 촉나라와 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적인 면에서 한참 뒤처졌던 오나라는 80만 대군을 동원해 양쯔강 남쪽으로 쳐들어 온 위나라를 단번에 물리쳤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람의 방향을 읽은 제갈공명의 날씨의 힘 덕분이었다. 바로, ‘적벽대전’이 그렇다. 적벽대전이 벌어지던 날씨를 살펴보면, 전쟁에 앞서 맑고 바람이 적게 부는 날씨가 이어진 후 남동풍이 불면서 비가 내렸다. 이 후 갑자기 추워졌는데, 강한 기압골 전후에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기상현상이다. 저기압이 다가오는 기압배치상 북서풍이 남동풍으로 바뀌어 불 것이라는 날씨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는 제갈공명의 혜안이 역사를 바꿔놓은 것이다.

최근 북한은 북에서 남으로 부는 북풍이 불 때마다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내고 있다. 북한 기상수문국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풍선을 날릴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북에서 띄운 대형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나라로 날아오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지상과 중층, 상층에서 모두 북풍이 불어야 하고, 적당한 지점에서 오물풍선이 내려앉게 도와줄 하강 기류가 형성돼야 하는데, 최근 크게 덥진 않은 날씨를 가져다 준 찬 고기압이 그 가장자리로 북풍을 만들어내 정체전선까지 제주 남쪽으로 밀어 놓은 상황이다.

북한은 이대로 남쪽을 향해 계속해서 오물풍선을 날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에 중심을 둔 고기압의 덥고 습한 공기가 점차 북쪽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주로 서풍 내지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주를 이룬다.

당장 26일 늦은 밤부터 제주와 남부지방에 시작된 장마 구름은 주말에 중부지방까지 북상하겠다. 이후 다음 주 내내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오랫동안 비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장마’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물풍선 걱정은 한시름 놓아도 되겠지만, 이번에도 폭우가 걱정이다. 26일과 27일 이틀간 제주도에 50~100㎜(많은 곳 150㎜ 이상), 전남 해안과 경남 서부해안에는 20~60㎜, 전남 내륙·전북·경남 중부남해안으로는 10~40㎜, 부산·울산·경남내륙애는 5~20㎜, 대구·경북 남부엔 5~10㎜가 예상된다.

특히 정체전선이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중국 남부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될 경우,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해 그 양이 더 많고, 집중호우의 형태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