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우 울산 울주군의회 의원

지자체의 살림살이에 관여할 수 있는 의회의 큰 권한 중 하나가 결산심사다. 결산심사는 의회가 심의·확정한 예산에 대한 집행부의 사용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으로 편성, 집행, 결산이라는 3년간에 걸친 예산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다. 예산의 괴리 정도, 재정운영 성과 분석 등을 통한 다음 해 효율적인 예산 편성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에 결산심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정 활동이라 하겠다.

지난 6월은 2023회계연도 결산안에 대한 전국 의회의 결산안 심사가 한창 진행됐다. 울주군의회도 지난달 10일부터 열린 제231회 1차 정례회를 통해 결산안에 대한 종합심사를 마쳤다. 지난 한 해 울주군의 살림살이를 살펴보면 1조 6857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여, 1조 3480억원을 지출하고, 3377억원을 남겼다. 3377억원이라는 결산상잉여금에서 2000억원 대의 다음연도 이월액과 100억원에 가까운 보조금 실제 반납금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1197억원.

2022회계연도 순세계잉여금이 194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감소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울주군은 지난해 추경을 통해 총 1894억원이라는 일반회계 전입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했기에 실제 순세계잉여금은 3000억원 이상이라 보면 된다.

이월사업비 등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지난 한 해 울주군이 활용하지 못한 예산은 5000억원대다. 가계살림으로 따진다면 저축도 하는 등 ‘살림 참 잘 살았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당연히 쓰지 않고 아낀 만큼 살림살이가 좋아졌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예산은 다르다. 예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주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입 예측의 실패 및 세출 예산을 과다 편성, 사업 계획 미비에 따른 사업 차질, 여건 변화 등에 따른 사업추진 불가, 그리고 인력 부족 및 신규사업 발굴 노력 부족 등이 예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이유들이라 하겠다.

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승수(乘數)효과’라 한다. 예를 들면 도로 건설에 100억원을 투자한다 가정할 때 단순히 100억원의 도로가 건설될 뿐만 아니라, 그 도로 건설로 인해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 소비 증가 등의 파급효과를 통해 국민소득이 200억원, 300억원 증가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나 전국의 지자체들이 예산의 조기 집행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승수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또한 힘든 시기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해 펌프에 예산이라는 마중물을 붓는 경우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산의 편성 과정에서는 경제성장 촉진, 일자리 창출, 소등 불평등 완화, 재정적 효율성 제고 등 다양한 측면의 승수효과가 고려되기에 지자체가 활용하지 못한 예산은 예산 그 이상의 혜택을 주민들에게 주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예산을 활용하여 특정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이 그 단편적 예라 하겠다. 경제적으로는 지역 경제성장, 주민 소득증대, 세입 증대 등에 대한 기회가, 사회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향상, 사회적 불평등 해소, 지역사회 발전 효과 등의 기회가 예산이 사장되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울주군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활용하지 못해 날린 기회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주어진 예산이 지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예산 활용에 대한 울주군의 적극 행정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우 울산 울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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