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최근 민선 8기 출범 2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간 논의 중인 행정 통합과 관련해 “울산이 부울경 행정 통합에 포함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행정 통합은 수도권 일극화와 지방 소멸 문제를 막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보자는 것인데, 이는 현실에 맞지 않은 구상이라는 것이다.

행정 통합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완전한 자치정부 수준의 혁명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김두겸 시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 그는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권한이 대폭 확대된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권과 각종 인허가권이 중앙에 집중된 현 체제에서 실질적인 권한 이양 없는 행정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5년 시작된 지방자치가 곧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행정구역의 근본적 변화를 고민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일고 있다. 현재 부산·경남, 대구·경북이 행정 통합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광주·전남 행정 통합, 충남·충북·대전·세종 특별연합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전국 각 시도에서 행정통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예산·결정권 등이 없이는 어떤 형태로든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다.

앞서 추진됐던 부울경 특별연합 역시 최소 범위의 사무만 위임 받았다. 당시 중앙 부처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최종 결정 권한이나 예산 편성 권한은 부여받지 못한 반쪽 위임이었다.

실질적인 권한 없이 대도시에 귀속된다면 울산은 주도권을 잃고 지역 사업이나 예산에서 ‘패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 통합이 울산에 가져다 줄 이득과 혜택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이 행정 통합을 이루게 된다면 서울 다음 규모의 자치시도가 탄생하게 된다. 울산은 애써 침착하겠지만, 대규모 자치시도 속에서 인구 100만 규모의 소규모 광역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한쪽에 존재감 없이 있는 외톨이 상태를 가리키는 관용어인 ‘낙동간 오리알’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경남이 추진 중인 행정 통합이나, 울산이 구상하는 경제동맹·동남권 산업벨트 등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소멸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하지만 나아갈수록 지역별 입장차를 보이며, 다양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울산의 입장을 단언하기 보다는 다양한 접근법으로 인해 예견되는 이점과 각종 부작용 등에 대해 공유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도출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러 광역단체들의 행정 통합이 무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의 새로운 방향 설정도 필요하다. 통합 방식은 물론, 협력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심도있게 재검토 해야 한다. 기존의 통합 방식이 불가능하다면 광역지자체 간 기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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