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세계대학평가 국내 6위·세계 199위
시민과 정·관·재계 지원속 비약적 성장
이제 울산에 대한 대학의 역할 고민할때

▲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장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지난 달 26일자 칼럼( ‘4 대 과기원은 어디로; 하이스트는? 유니스트는?’) 에서 “유니스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그리 넓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이유로는 “과기원 중에서 유니스트가 지역색이 가장 약하다.”는 것과 “지역에서 밀어주는 추세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체성의 위기 및 재원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한 후 “총장이 제대로 선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제에 상관없이 임의의 외부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모의 총장 직접선거를 시작할 때이다.”라고 나름의 처방을 제시했다.

과연 유니스트는 위기에 봉착했는가?

필자는 2013년 3월12일 경상일보에 상기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국립대학인데 왜 울산시가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가?’라는 여론에 대해 유니스트 입장에서 해명과 설득이 목적이었다. 십년 후 동일한 제목으로 이번에는 유니스트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칼럼을 쓰게 되니 감회가 무량하다. “고향에 국립대학이 설립되고 있으니 귀국해서 합류하라”는 고 심완구 울산시장의 권유로 2007년 가을 울산에 인터뷰왔을 때 조무제 총장은 직원 십여명과 변두리 상가에 마련된 조촐한 사무실에서 개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대학을 만든다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상위 5%수준의 우수 고교생 유치’와 ‘100% 영어 강의’등의 전략을 세웠다. 대학정원을 축소하려던 당시 상황에 반해 신설되는 지방 국립대학의 장래 자체가 매우 불확실했다.

또한 교수 확보와 건물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탁상공론 수준의 매우 비현실적이며 돈키호테식의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하지만 개교 15년 만에 거둔 성과는 가히 기적적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2024 세계 대학 평가’에서 유니스트는 국내 6위 그리고 세계 199위를 차지했다. 2024 세계신흥대학 순위에서 포스텍이 세계 9위이며 유니스트 15위, DGIST 33위, GIST 40위이었다.

이 같은 성공을 뒷받침한 주요 원인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 1992년부터 13년 간 울산시민의 간절한 염원과 노력의 결과로 태동했다. 둘째, 2007년 개교 준비 당시 국회 예결위의 김기현 의원이 정부 예산 61억원을 250억원으로 증액했다. 셋째, 국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부지 구입 및 우수 교수와 학생 유치를 위해 울산시와 울주군이 각각 2500억원과 500억원 등 도합 3000억원을 지원했다.

전교생에게 장학금 지급과 교수들에게는 전국 일률적인 국립대 교수 급여에 약 20%를 추가로 줄 수 있었다. ‘유니스트 직원 1인당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이 전국 공공기관 중 1위에 올랐다’는 뉴스가 이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다. 넷째, 국회 예결위원장이었던 정갑윤 의원이 확보한 총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2의 개교에 해당하는 2단계 BTL 사업을 2013년 6월에 착공했다.

다섯째, 민간기업인 경동도시가스가 개교 초에 50억원, 그리고 덕산그룹 이준호 회장이 2021년 11월에 사재 300억원을 쾌척했다. 여섯째, 2015년 과기원 전환시에 과기원이 없는 부산, 경남, 전북 등과 심지어 과기원이 있는 대구와 광주의 엄청난 견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울산의 시민과 정, 관, 재계가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과학영재학교 설립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난달 26일에 제5대 총장에 박종래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명예 교수가 선임됐다. 새로이 출범할 집행부를 축복해 주지는 못할 망정 ‘정체성 위기, 재원 부족, 총장을 제대로 뽑아야, 총장 직접 선거’ 등을 거론하는 것은 시쳇말로 부적절한 내부 총질에 해당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을 응용해 ‘울산이 유니스트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유니스트가 울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보십시오’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울산도 유니스트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최선을 다해 지속적으로 후원할 것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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