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지난주에 특별한 이야기 공모전 ‘울주이바구’의 선정 심의가 있었다. 기존의 시, 수필 공모에서 운문, 산문으로 장르를 확대해서인지 시조, 동시, 단편소설,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들이 접수되었다. 전국에서 위촉한 심의위원들은 예년에 비해 작품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문학으로 알게 된 울주의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버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 눈길을 끈 작품은 운문 분야 대상작 ‘사일리기행(서배겸작)’이었다.

작품은 달성서씨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는 범서 사일마을의 250년 된 서씨고가를 다루고 있다. 여러 대의 자손들이 도회로 떠나가고, 집성촌의 위엄이 흐려져가는 와초가 돋아난 고택의 오늘을 쓸쓸하고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도널드 E. 폴킹혼은 스토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매순간, 우리가 선택한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이라며 ‘한 스토리는 다른 스토리와 만나 새로운 스토리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4회째를 맞는 ‘울주이바구’ 공모는 울주를 경험한 전 국민들의 고유한 경험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문학’이라는 예술로 표현된 각양각색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과거와 오늘의 울주를 이어가고, 그 안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실제로 작년에는 반구대를 다룬 선정작을 원천콘텐츠로 한 ‘오늘의 우리가 반구대를 만나는 N가지 방법’ 사업을 통해 공연, 체험, 상품 등 총 9개의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인 바 있다.

나주에는 구한말까지 만석군이자 1896년 나주향교에서 봉기한 항일의병장인 정석진의 ‘난파정’을 중심으로 경주최씨 집터, 광산김씨 고가 등을 활용한 한옥정원 ‘3917 마중’이 있다. 한옥호텔, 카페, 문화행사는 물론, 지역의 먹거리와 접목한 다양한 시도로 취약한 지역관광 생태계에 경쟁력을 불어 넣고 있다.

울산은 든든한 재정 덕분인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이미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데는 많은 열정을 쏟는 데 반해,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지키고, 활용하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지역이 소멸되지 않고 먼 훗날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그 곳을 찾아와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울주이바구 공모전은 전 국민의 시각으로 울주만의 매력, 추억, 음식, 사람에 대한 특별함을 문학이라는 콘텐츠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재단은 이 원천콘텐츠를 시발점으로 전시, 음악, 연극 등 ‘오늘의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바라건데, 올해 선정된 ‘사일리기행’을 시작으로 서씨고가가 간직한 옛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나아가 굳게 닫힌 대문을 열어,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 아래를 거닐며 다양한 재능을 가진 우리 주민들과 새로운 스토리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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