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집중호우는
실외노동자·주거취약자 생명 위협
기후정치로 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 윤종오 국회의원

그야말로 ‘물 폭탄’이다.

지난 7월10일 새벽 충청·전북·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물 폭탄’이 쏟아졌다. 취약 시간대인 새벽에 쏟아진 비로 전국 곳곳에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2022년 집중호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고 있던 분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가 다시 떠오른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하게 다가오며,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폭염은 실외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집중호우는 지하 또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거 취약자의 생명을 앗아갔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해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발생으로 산업재해가 승인된 건수는 총 147건이었고, 이 중 사망사고는 22건이나 된다. 온열질환 산재승인 건수도 2021년부터 3년간 증가추세에 있다. 실외 작업장에서 일해야 하는 직업인 택배, 마트, 배달, 이동방문, 건설 현장, 농축산, 유통, 물류, 환경미화 등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더위로 인해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6월19일 “폭염시 노동자에 대한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의무화해야 하며, 현장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폭염으로 작업을 중지할 경우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업주의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폭염 현장 노동자들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건설현장, 택배현장을 방문하고,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현실은 더 무더웠다. 쪽방에 살고 있는 분은 “건물 복도에 에어컨 두 대를 설치했지만, 하루에 30분만 튼다. 50명이 사는 쪽방건물에 화장실이 3개뿐이라 씻는 것도, 화장실 이용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한평 남짓 쪽방 월세 30만원, 강남보다 더 비싼 한평 월세에 사는 대한민국 주거약자의 현주소다.

지금 국회에서는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등 한 부처가 아닌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전제돼야 하고, 국회에서도 기후특위가 예산권과 법안 심의권을 갖고 실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기후위기 대응조차 윤석열 정부가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획인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공개하자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윤석열 정부가 기후위기대응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절실함에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국가 지원을 축소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미 기후위기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에도 ‘각자도생’ 외에 정부 대책이 안 보인다.

진보당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후정치’를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현장과 지역에서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자신을 지키는 정치로 확장해 왔다.

우리는 지역과 현장에서 이뤄지는 기후정치에 주목한다.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기후 재난이 매년 반복되는 지금 필요한 기후정치는 기후위기로 가장 고통받는 분들과 함께 기후재난과 복합위기에 맞서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정치다.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서로를 지켜낼 ‘사회적 안전망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치가 실질적인 기후정치다.

기후정치를 실현할 현장은 가까이 있으며, 주민들 속에 반드시 답이 있다.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체가 돌보는 세상, 화석연료가 아닌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의 세상, 대기업의 돈벌이가 아닌 노동자, 농민, 지역 주민, 시민들이 주도하는 세상, 현실을 바꾸는 기후정치시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윤종오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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