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적이어야 하는 이유
일부 직업 AI 대체 가능성 높지만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딥러닝 불가
감성 자극하는 직업은 살아남을 것

▲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시장을 점유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뜨겁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첫 AI 스마트폰을 발표해 1분기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았다. 구글도 8월 AI 스마트폰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다. 휴대폰, PC, 가전 등 AI를 접목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작년 챗GPT 4.0 발표 이후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생성형 AI는 책도 써주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는 인공지능이다. 올해 5월 발표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65%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 AI를 잘 활용해야 하는 시대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장점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데 있다. 챗GPT로 검색할 때 애써 핵심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대충 말해도 의도를 파악해 알아서 잘 대답한다. 2022년 11월 첫 출시 이후 2년도 안 되어 사용량이 급증한 이유다.

잘 쓰이는 만큼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맥킨지 보고서는 AI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 중 인건비 감소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AI가 사람을 대신한다는 얘기다.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에서 특히 의사, 회계사, 판사, 변호사 등이 AI 노출 지수가 커 직업 대체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남 일 같지 않다. 필자도 업무 중 생소한 분야의 전문용어가 등장하면 일단 챗GPT에 물어본다. 빠르고 정확하다. 변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판례검색 사이트도 최근 AI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엔 핵심어를 검색해서 관련 판례를 일일이 찾았다면, 이제는 대충 물어봐도 AI가 약 천 건의 연관판례를 단 몇 초 만에 찾고, 그중 가장 유사한 판례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판례 검색만큼은 사람이 AI의 속도를 이길 수 없다.

재판 과정에 AI를 도입하길 바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법관에 대한 질타와 함께 차라리 AI 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판사를 대체하진 않더라도 재판업무에 AI 기술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도 지난 23일 사무 처리, 사건 요약 등에서 AI를 활용해 인간 판사는 핵심적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했다.

AI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 송길영 작가는 지난 13일 AI 시대 없어지지 않을 직업으로 사람이 사람을 전제로 하는, 즉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을 말했다. 예시로 든 직업이 신부님, 스님 등 종교인이긴 하지만, 삶을 도와주는 직업은 남는다는 말에 힌트가 있다.

AI는 딥러닝을 통해 배운다. 딥러닝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뜻한다.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학습할 수는 없다. 마음을 움직이는 AI가 등장하기 힘든 이유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감정을 건드리는 메커니즘이 분석되기 전까지 AI도 이를 이해할 순 없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감성을 녹여 억울한 이들의 삶을 위로한다. 지난 1월 전세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들에겐 자책하지 말아달라, 여러분의 희생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 다른 피해를 막는 초석을 세운다는 심정으로 판결문에 여러분의 고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범죄의 사실관계는 같아도 피해자가 같을 순 없다. 법정에 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판사의 말을 AI가 대체할 순 없을 것이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소비는 사람이 하지 AI가 하지 않는다.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직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경상일보의 ‘차세대 CEO 아카데미’가 지난 5월 시작되었다. 여기선 배우고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동안 AI, 로봇, IT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전략들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뒤풀이 참석률이 더 높다. 일이 바쁘기도 하지만 만남에 더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을 배우면서도 뒤풀이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답이 있다.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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