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6일부터 올해로 33번째 맞이하는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올림픽을 치르는 2024파리올림픽은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새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였다. 또한 올림픽 기간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사용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전기 버스와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늘려 선수들과 관람객들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스포츠 이벤트의 기준을 설정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문제가 있다. 바로, 노 에어컨. 선수들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폭염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에어컨 대신 차가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순환시키고 청정에너지로 작동하는 선풍기를 설치해 선수촌 내 기온을 외부보다 6℃가량 낮게 유지하겠다고 한 것인데, 세계기록을 목표로 4년을 기다려온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실력이 아닌, 무더위 대처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주거지와 상업시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으로 여름철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기에 선풍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통풍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는 경우가 많다. 상업시설을 제외한 일반 가정에서는 에어컨 보급률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해지는 이상기후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2019년 7월 파리는 사상 최고 기온인 42.6℃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조직위는 급하게 2500대의 에어컨을 임시로 준비하며 노 에어컨 논란을 잠식시켰지만, 문제는 ‘내돈내산’. 에어컨 사용을 원하는 국가가 자비로 에어컨을 구입하도록 권장한 것. 부유한 나라 중심의 ‘냉방빈부’로 친환경올림픽이 아닌, 에너지 불공정 올림픽이 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실제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으로는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잦은 대형산불이 빈발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이상기온과 재해는 자연생태계를 교란해 곡물 및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쳐 관련 식품과 제품 가격의 폭등을 야기시키고 있는데, 여기에서 예기치 못한 빈부격차로 인한 기후변화 불평등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사회 빈곤층에 직접 피해를 입힌다. 전기·가스 등 구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에너지 소외’로 국민행복권과 사회안전망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친환경 스포츠 이벤트라는 획기적인 시도로 탄소중립의 경각심을 일깨워준 파리 ‘친환경 올림픽’이 되레 기후변화의 불평등 문제를 가시화 시키는 ‘불평등 올림픽’이 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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