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수국 축제 기간 58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남구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전국 축제로의 발전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구에 따르면 18일간의 축제 기간 총 58만4842명이 수국 축제를 보기 위해 방문했고, 유료인 장생포옛마을에는 10만7154명이 입장했다. 축제가 열렸던 6월 한 달간 고래문화특구를 방문한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38%나 증가하기도 했다.

축제 방문객들 덕분에 장생포 인근 상가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며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 인근 상권에서는 밀려드는 방문객을 대비해 재료와 인력을 확보했지만 연일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는 등 평소보다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손님이 너무 많아 원래 없던 브레이크 타임을 만들며 쉬거나 재료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당일 장사를 일찍 마치기도 했다.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날이 갈수록 피로가 누적돼 감당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장생포 수국 축제가 소위 ‘대박’이 나자, 인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휴일도 잊고 수국에 미친 직원을, 장생포 주민들은 그 공무원들의 노력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생포 수국 초대박’ ‘밀려든 관광객으로 장생포가 살아났습니다. 남구 정원녹지과 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수국 축제 준비를 위해 고생한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관이 수국이라는 기반을 마련하자 이제는 민에서 호응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국이 시들던 말던 관심을 가지지 않던 주민들이 이제는 수국 몇 송이만 시들어도 구청에 연락하고 있다. 평소 관의 행사에 ‘끌려온 듯’한 주민들이 장생포를 수국마을로 만드는 프로젝트 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국 축제 이후 장생포 주민들은 요즘 너도 나도 장생포에 수국을 심자고 건의했다고 말하는 등 수국 선구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장생포 일원의 수국이 지금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근래의 일이다. 처음 수국을 장생포 근린공원에 심기 시작했을 때,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있었다. 심지어 “미쳤다” “예산 낭비”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주말마저 바쳐가며 수국에 ‘미친’ 결과 수국정원의 수국이 개화하며 유명세를 나날이 쌓아 오늘의 수국 축제라는 결실을 거뒀다.

‘일에 미쳐라’는 표어가 옛말이 되고, 본업에 전력투구하지 말라는 말이 대세가 돼 가는 시대를 역행하는 공무원들의 노력이 오늘의 대성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장생포 근린공원에 파랗게 피었던 수국 한 송이를 회상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주위의 냉소를 견디고,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묵묵히 일해온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mail protected]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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