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옥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 센터장

학창시절, 사회지리 시간, 각 지역이 가진 고유 특색에 대해서 배울 때 울산은 늘 공업도시, 산업도시, 산업수도로 일컬어졌다. 울산은 1960년대 대한석유공사를 시작으로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국내 최대 중화학공업단지로 도약하면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울산형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타 국가산업단지들이 위치한 도시들과는 달리 지역 내에서도 석유화학 단지, 비철금속 단지, 중공업 단지,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유형이 지역별로 공존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에서 다시 한번 기업 간의 원료와 제품, 폐기물, 에너지원 등이 거미줄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산업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있고, 이들 기업의 시설과 장비들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업체들이 다양한 산업활동을 하고 있다.이렇듯 울산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산업발전 과정에서 울산만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독특하고 강한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국제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많은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한 산업생태계 이면에 크고 작은 많은 안전사고, 화학사고 등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들로 인한 불명예스러운 성적표도 함께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울산이라서 이런 사고들이 많은가?” 라는 질문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울산이라서가 아니라, ‘규모‘가 가지는 리스크(Risk 위해성)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학문적으로 리스크(위해성)는 유해성(Hazard)과 노출(Exposure)을 고려하여 정의하고, 최근에는 유해성 및 노출과 더불어 취약성(Vulnerability)을 함께 고려하여 정의한다. 울산은 시설의 규모 등 리스크로 연결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산업발전을 이끌어 오면서 생산우선이라는 다소 곡해된 목표 설정으로 안전보다는 생산이 우선된 사회적 취약성(특히 안전문화에 대한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리스크가 높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재난관리는 일반적으로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구분을 하고 전문가들은 모두가 재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재난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뒤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고 했다. 예방은 일반적으로 구조적 방법과 비구조적인 방법으로 구분되는데, 구조적 방법은 안전 관련된 예방시설물을 설치하고 보수·보강하는 방법이고, 비구조적인 방법은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울산형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고민이 매우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근로자들의 안전문화가 지금보다 성숙되어야 한다. 자동차 안전밸트 착용과 지진 발생의 대피요령을 어린 유치원생부터 습득하게 하는 것과 같이, 울산의 기업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안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안전교육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획일적인 안전교육이 아니라, 울산지역 기업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이 진행되어야 하므로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 생산과 안전에서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던 과거의 ‘라떼’는 접어두고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직원들이 체감하는 기업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개발하여 내부적으로 안전을 우선시 하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체감형 안전문화가 필요하다.

근로자의 안전문화는 기업의 안전문화로 연결되고 이런 기업의 안전문화는 울산형 안전문화와 나아가 한국형 안전문화로 이어질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울산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필자는 울산이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산업도시이면서 대표적인 안전도시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국내외 많은 산업·안전관련 업무종사자들이 울산으로 ‘울산형 안전문화’를 배우러 오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권혜옥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 센터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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