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2023년 11월,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내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첫 삽을 떴다. 기공식 현장은 본격 미래차 시대 도래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는 듯 했다. 현대차는 이번 전용공장 건설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전용라인을 만들고,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업체 상당수는 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미래차 전환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완성차업체, 부품기업, 연구 및 지원기관,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북구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완성차의 미래차 전환에 따른 기존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어려움과 함께 부품업체 기업규모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7월10일 본격 시행됐다. 미래차부품산업법은 탄소중립, 전동화, 자율주행 등 자동차산업 구조 전환에 대응해 미래차 부품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전기차·자율주행차·수소차 등 미래차에 맞춰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미래차 부품 전문기업 지정과 지원, 미래차 부품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다. 산업부는 재정을 확보해 2027년까지 미래차 부품 전문기업 100개를 지정·육성하고, 부품기업 1000개가 미래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법률에서 규정한 미래차 전환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현금지원과 지역투자 촉진 보조금, 해외진출기업의 유턴 보조금 요건 완화 등 각종 특례 지원을 위한 후속조치도 시행한다.

북구는 완성차 공장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가 전체 제조업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의 중심도시다.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미래차 부품산업으로의 전환 또는 사업 재편을 준비하는 지역 중소 부품업계도 지원 대상이 되면서 미래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다만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이나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 마련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7월 산업부는 미래차 분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로 미래차 분야에 광주와 대구, 반도체 분야에 부산과 안성, 바이오 분야에 오송을 각각 선정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용수와 전력 등 기반시설 비용과 국·공유재산 및 입주기업에 대한 임대료 감면, 환경·노동 관련 규제 신속 처리,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구는 전기차 모터 분야에서 기업과 정부 투자 등 1조 5000억원을 투입하고, 광주는 1조 9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차 부품 특화단지를 조성한다. 대구는 또 미래차라는 공통분모를 활용해 광주와 미래차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미래차 분야의 핵심기지인 울산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완성차의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구축,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의 전동화 전환계획에 따라 효율적인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울산은 지난해 9월 현대차 전기차 울산공장 부지가 첨단투자지구로 지정돼 세제지원과 부담금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추가 지원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와 더불어 이화산업단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매곡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미래차 소부장 특화단지를 조성한다면 울산이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메카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래차부품산업법 시행을 통한 국가적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미래차 산업육성이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의 행정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 구가 부품사 기술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전기차 전환 고용 충격완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그 행정지원의 일환이다.

완성차와 부품기업, 연구 및 지원기관, 대학, 지자체 등이 힘을 합쳐 자동차부품산업 육성정책을 개발하고 미래차 부품관련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한다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풍요로운 경제도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차 산업의 메카, 울산 북구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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