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집권하면서 사회복지계가 퇴직 공무원의 인생 이모작 수단이 됐다. 제2장애인체육관장, 광역자활센터장,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장 등 주요 사회복지기관장이 퇴직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이는 오랜 기간 누적된 문제다. 2015년 제2장애인체육관 개관시 이를 관리 감독하던 울산시 공무원이 퇴직 후 초대 관장으로 임명되면서 ‘관피아 의혹’이 제기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합격자는 울산시청에서 근무했던 4급 공무원(과장)으로 퇴직 직전까지 제2장애인체육관 건립과 관리 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다.

그에 대해 울산시는 “관계 법규에 결격사유가 없다”면서 “최종 임명도 수탁법인인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인사위원회에 있는 만큼 시 책임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럴싸하다. 그러나 행정청과 민간 법인(단체) 위·수탁 관계가 그리 단순할까? 자신들을 관리 감독하던 공무원이 퇴직 후 기관장으로 오겠다는데 이를 막을 만한 간 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개관 전후에 주고받았을 당근과 채찍이 뭔지 모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를 지켜보던 후배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 관계가 어떠했을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 신분이던 선출직 공무원을 기관장과 관리자급으로 대거 기용했다는 것이다. 시니어초등학교장,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장과 본부장, 사회서비스지원단장이 손꼽힌다. 여성인력개발센터장과 가족문화센터장 자리에는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유공자를 꽂았다. 채용 방법과 절차상 문제는 없다. 그 정도는 시장 의중을 확인한 담당 공무원 조직 손에서 얼마든지 버무려질 수 있다. 내부 규정을 변경하거나 채용 기준을 완화하면 될 일이다.

이는 과정의 문제를 넘어 서비스의 질, 공공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 첫째, 사회복지 현장 경험이 전무한 퇴직 공무원 채용은 전문성 부족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를 야기한다. 관련 행정 담당 공무원이면 감이라도 있겠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어떨까? 사회복지기관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성 파괴는 덤이다. 둘째,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가 사회복지기관에 이식되면 유연성과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용자와 보호자 욕구가 다양하더라도 관료주의는 이를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퇴직 공무원 간 인맥, 이른바 ‘카르텔’을 통해 채용이 이루어지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특정 인물을 위한 채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 공정성 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집행하고 따라야 하는 이들의 윤리의식이 망가지게 된다. 넷째, 사회복지 종사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 올라가는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는 구조는 조직문화를 쓰레기통으로 만든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마저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이 문제가 가장 큰 해악이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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