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만호라는 숫자의 의미는
35년간 시민과 소통의 증거이자
지역발전 담은 1만부의 연대기
지역 커뮤니티와 활발히 교류
인력 양성·공정성 강화 등 통해
변함없이 저널리즘 실천해주길

▲ 박용걸 울산시정홍보위원장

35년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개월 수는 420개월이고, 주는 1820주이며, 날은 자그마치 1만2775일에 달한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니 세 번은 더 바뀌는 긴 세월이다.

조용필에게 35년은 ‘긴 무명, 긴 스타덤’을 의미하고, 직장인에게는 채용 후 은퇴까지 젊음을 갈아 넣은 기간이며, 일제강점기 35년은 일제의 탄압과 우리의 저항을 의미한다. 1989년에 태어난 사람은 올해 35세가 되어 직장에서 꽤 전문성을 쌓았을 것이고, 결혼과 자녀 출산을 고려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이를 것이다. 35년 정도가 지나면 사회의 변화나 세대 간 정치적 인식의 차이도 생기게 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민주화 과정이 진행되어 현재의 정치적 환경으로 변화해 온 것을 보면 그러하다. 또, 문화적으로는 영화, 음악, 문학 등에서 세대 간 소통을 어떻게 이루어왔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89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 ‘백투더퓨처’,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조용필의 노래 ‘Q’, 그리고 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문열 작가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와 같은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세대를 넘어 회자되며 문화적 소통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35년이라는 시간은 성장, 경력, 역사적 맥락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가 있다.

경상일보가 창간 35주년을 맞이했다. 경상일보와 나의 인연은 신문사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각별하다. 35년 전 경상일보가 창간될 당시, 나는 첫 호부터 구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경상일보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간 당시 울산에서 사업을 시작하던 젊은 사업가였던 나에게 경상일보는 지역 경제를 이해하는 나침반이자 울산의 사업 환경을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원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울산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경상일보는 늘 그 중심에 있었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성장, 석유화학단지의 확장, 그리고 이에 따른 지역 경제의 변화 등 울산의 주요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루며 내가 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울산의 광역시 승격과 고속철도 KTX울산역 유치를 상세히 다룬 기획 연재기사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이를 통해 우리 지역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고, 사업가로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모색할 수 있었다.

▲ 2010년 11월1일 KTX울산역 개통.  경상일보자료사진
▲ 2010년 11월1일 KTX울산역 개통. 경상일보자료사진

2000년대 들어, 내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상일보는 나에게 지역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고민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경상일보의 지역 경제 분석과 전망은 사업 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고,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기사들은 내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울산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경상일보에 대한 내 애정과 신뢰는 5년 전 사외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더욱 각별해졌다. 이 역할을 통해 나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 신문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경상일보에게 35년은 무엇을 의미할까? 1989년 창간 이후, 경상일보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많은 독자에게 신뢰받는 언론으로 성장해왔다. 경상일보의 35년은 정론직필(正論直筆)의 기치 아래, 항상 진실과 공정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보도하며 시민들의 생각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경상일보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먼저, 수익을 다각화해 재정을 안정화해야 할 것이다. 독자와의 소통과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도 활발히 해야 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지역 언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만이 더욱 건강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경상일보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지역 발전을 기록해왔으며, 지역 문화와 행사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를 통해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해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지역의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는 10월31일이 되면, 경상일보 지령(紙齡) 1만 호를 맞이하게 된다. 1만 호라는 이정표가 단순한 숫자는 아니다. 지난 35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울산 시민들과 소통해왔다는 증거이다. 이는 우리 지역의 발전상을 상세히 기록한 1만 부의 울산연대기이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역 현안을 충실히 전달한 1만 번의 약속이었다. 물론, 그 뒤에는 수많은 기자와 편집자의 노력, 그리고 독자들의 지속적인 성원이 있었을 것이다.

경상일보 35주년과 지령 1만 호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해, 경상일보 기자들과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며, 진정성 있는 저널리즘을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경상일보가 울산의 커다란 나무처럼 뿌리를 깊이 내리고, 그 넓은 가지로 지역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며, 울산의 미래를 밝히는 든든한 그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35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35년,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울산과 함께 성장하고 번영하는 경상일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박용걸 울산시정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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