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한 줌의 흙이 모여 산을 이룬다는 뜻의 적토성산은 필자가 지난 2년 동안 울주문화재단에서 추진해 온 ‘울주동네문화생활’사업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일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우리 동네는 내가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생활문화동호인, 문화활동가, 주민들과 수차례의 간담회와 소통회를 거쳐 얻은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울주동네문화생활’을 기획했다. 거버넌스구축·동네문화배달·동네공간배달·동네문화키움이라는 전략을 통해 △우리동네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울주문화거버넌스) △같이 만들고 함께 즐기는, 세상에 하나뿐인 축제(울주동네축제) △매일 걷던 거리가 예술이 되다(울주동네버스킹·전시) △우리동네 구석구석 문화공간(문화이음 1번지) △뻔한 문화센터가 fun한 문화장터로(in보리너부문화장터) 등 7가지 세부 사업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23 전국생활문화진흥정책 우수사례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24 대한민국 문화예술·관광박람회에서 ‘지역문화우수사례상’을 수상하며 전국의 재단 관계자들과 울주생활문화의 우수성을 공유할 수 있었다.

최근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도 참여했다. 본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단체복과 응원키트로 무장한 지자체 공무원들로 붐볐다. 개막식에 참석한 지자체장들은 매니페스토 담당 공무원들을 위한 다양한 포상을 약속하며 경진대회 수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도 모른 채 필자는 팀원 1명과 소박하게 참석했지만, 주민들의 협력으로 만들어낸 반구대 문화상품과 촘촘한 사업 성과를 잘 호소한 덕분에 지역문화활성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울주 전역에서 380여 회의 동네축제와 버스킹, 문화장터가 열렸고, 1만여명의 주민들은 기획자, 공연 출연자, 관람객 등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나눠주었다. 그중에서도 삼남읍 동네축제를 위해 2개월 동안 매일 연습을 했다던 한 동호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연습한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다”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울주동네문화생활’은 유명한 연예인이 오거나 많은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일반적인 지역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 복잡다단한 사업을 통해 주민들은 각자의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울주동네문화생활’은 ‘적토성산’처럼 작은 행복들이 모여 결국 큰 행복을 이루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 행복한 일생을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문화로 행복해진 주민들이 모여 행복한 울주를 이룰 수도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와 관계자들의 관심으로 문화로 더욱 행복한 울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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