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이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노계집>(蘆溪集) 수록

고운 홍시 보자 떠오르는 부모님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계절이 계절인 만큼 햇과일이 주렁주렁 익어간다. 일찍 익은 과일이 탐스러워 먹음직도 하다. 며칠 후이면 차례 상에 올릴 햇과일을 사는 즈음이다.

참으로 소반위에 일찍 익은 붉은 감이 고아도 보이는 계절이다. 누구라도 좋은 음식을 대접받거나 대하게 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이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대할 때는 부모님을 꼭 다음에 한번 모셔 와서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삼국시대 육적(陸績)은 6세 때 원술(袁述)을 만났는데, 원술이 육적에게 귤을 주었다. 그중 육적은 3개를 소매 자락 속에 품었다. 육적이 돌아갈 때가 되어 원술에게 작별인사를 올리는데, 그만 소매 안에 있던 귤이 땅에 떨어졌다. 원술이 “어찌하여 육적은 손님으로 와서 귤을 품에 넣었는가” 물으니, 이에 육적은 무릎 꿇고 절하며 “집에 계신 어머님께 드리고자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원술은 어린 육적의 효심에 감동했다고 한다. 육적은 오나라 왕 손권의 참모를 지낸 사람이다.

이리하여 육적회귤(陸績懷橘) 이란 고사가 맹종읍죽(孟宗泣竹)과 함께 효도의 상징이 되어 전한다.

여기 박인로는 지인 이덕형께서 보내 온 홍시를 받고, 유자가 아니라도 품은직도 하다마는 품어가도 반길 이가 안 계시니 서럽다고 읊었다.

경북 영천에서 출생하여 임진왜란에는 의병장 별시위가 되어 왜군에 맞서 종군했고, 왜군이 퇴각할 당시 병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가사 태평사(太平司)를 지었다.

그는 생의 후반부에서는 문인활동을 했는데 가사문학으로서는 정철에 버금가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며칠 후면 팔월 한가위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에 정성을 모으겠지만 살아 계신 부모님을 받들기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언제나 하며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 세월이듯이 부모님도 마찬가지시다. 살아생전에 효도한번 못하고 다시 돌이킬 수 없어 좋은 음식을 대할 때마다 가슴에 담아서 우는 필자는 오늘 조홍시가를 읊어 본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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