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길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최근 울산의 대표 향토기업인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데 이어 대기업 재계에까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철 생산에 필요한 아연과 이차 전지 소재에 들어가는 니켈 등 비철금속 제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같은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영풍그룹의 자회사로 국내 타 대기업과 다르게 서로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두 사람이 협업을 통해 창업하였고 현재까지 3세대 경영까지 분쟁 없이 운영되고 있어 타 대기업 형제의 난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경영의 기준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의 발단은 경영권 분쟁에 MBK파트너스가 참여함으로써 시작됐다. MBK파트너스 사모펀드에 중국 자본이 포함되면서 향후 경영권이 영풍으로 넘어가면 종국적으로는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낳게 되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국내 핵심 기술 즉 국부의 유출로 볼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된다.

물론 지금은 인수 후에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기자회견에서의 몇 마디로 수년이 지난 이후에 전개될 고려아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모펀드의 속성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자산은 10조원 정도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이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비싸게 파는 영업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짧은 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인수 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원 등 기업 구조조정이 필수 절차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뜩이나 열악한 울산의 노동 환경을 고려할 때 노사 갈등으로 비화 될 것임이 명백하다. 이는 울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정리하자면, 과거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홈플러스, bhc, 롯데카드 등의 사례에서 보듯 경영권 또는 경영상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 경영권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부당한 구조조정을 거쳐 영업이익을 배당으로 취하고 결국 매각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과 인수 합병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울산시는 얼마 전 고려아연과 고순도 니켈 생산공장 등 신·증설 투자 협약을 맺고 1조원대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번 투자로 약 300여명 정도의 울산 지역 인재 채용은 물론이고 특히 이차전지 원소재 생산, 제조, 전기차 공급 및 사용 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인프라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산업도시 울산과 50년을 함께해온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함께한 오랫동안 고려아연은 울산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 경제적으로 울산이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이제는 울산과 울산 시민이 함께 힘을 모아 고려아연이 우뚝 설 수 있도록 보답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고려아연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정치계를 시작으로 상공계와 민간으로까지 번지면서 울산 지역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IMF 때 전 국민이 힘을 모아 ‘금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제는 울산 시민의 힘을 집중시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인 ‘아연 모으기 운동’을 전개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핵심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이 외부의 부당한 인수 시도로부터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모펀드의 투자 활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규제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고려아연이 이번에 발생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M&A 관련 문제를 현명하게 방어하여 지금까지 함께해온 50년만큼 향후 50년도 울산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용길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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