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석 울산시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재미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하는 도시를 꿀잼도시, 노잼도시로 표현한다. 도시들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문화 예술적 바탕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한다.

꿀잼도시의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물론 도시의 재미는 여러 측면에서 창출된다. 청년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놀이 문화가 풍부한 도시도 있을 것이고, 명성이 자자한 축제로 1년을 기다리게 하는 도시, 또 스포츠로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도시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요인 중에서 문화예술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도시의 문화예술 인프라와 그 속의 콘텐츠들이 시민들의 생활을 풍성하게 하고,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공급자는 예술 공연가를 비롯하여 지자체와 기업, 사회단체 등이 될 수 있고, 소비자는 시민과 찾아오는 관광객이 될 수 있다.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함으로 만들어지고, 문화예술이 풍성한 도시가 재미있는 도시, 활력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울산시는 3월부터 1년 연중 축제로 많은 도시들이 부러워한다. 5월 장미축제와 봄꽃축제가 열리는 울산대공원과 태화강국가정원에선 축제 기간을 전후하여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도 축제 기간에 수십만명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언론이 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공업축제가 부활했다. 축제 4일간 연 76만명이 참여하며 성공적 부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울산 대표 축제의 성공 요인은 축제 콘텐츠의 다양성과 참신성도 중요했지만,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 있었다. 시민의 관심이 사라지면 어떤 좋은 축제도 성공을 부르기 어렵다.

울산에는 여타도시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은 기본적인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시립문화예술회관과 시립박물관, 시립미술관, 시립도서관 등을 갖추었다.

작년 울산시립미술관의 관람객이 약 2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물론 굴지의 기업인이 소장한 미술품 전시가 약 4개월에 걸쳐 열리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올해도 시립미술관에서 6~7회의 전시회가 개최된다. 또 올해 문화예술회관은 상반기에 공연과 전시가 30여 회가 열렸다. 월평균 4.5회 정도의 공연과 월1회 정도의 전시회가 열린 셈이다. 시립박물관에서도 상설전시와 함께 각종 특별기획전을 하고 있다. 작년 울산박물관에는 시민의 약 10%인 12만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하지만 110만 시민들의 1년 동안 문화예술 등의 평균적인 관람률은 어느 정도일까, 각종 수치를 더해 보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보 부족과 바쁜 생활 등을 탓할 수도 있지만 무관심도 이유가 된다. 눈만 돌려보면 문화예술·역사 기관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문화예술 등의 분야만 보면 적어도 노잼도시란 이야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흥청망청 즐기고 놀 수 있는 상황이 꿀잼도시의 기준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예술을 단순히 즐기고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과 시간을 내어 울산문화와 예술을 누릴 마음의 준비가 먼저 필요하다.

작년 봄 울산 시립미술관에서 대기업 선대 회장이 남긴 미술품 전시회가 열렸다. 그런 전시회를 챙겨 바쁜 일정을 쪼개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시회를 찾았으면 한다. 지금은 현대미술의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지만, 관람객이 넘칠 만큼 많지는 않다. 우리는 노잼을 말하기 전에 이런 귀한 작품들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울산에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대공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시설과 수준 높은 공연이 기대된다. 10월이면 2024년 공업축제가 열린다. 작년처럼 높은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즐거운 축제를 만끽할 준비를 하자. 축제와 예술공연의 수요자가 무관심하면 자연히 행사에 맥이 빠지게 된다. 결국 수요자인 시민들의 발걸음이 수준 높은 축제와 공연, 전시를 만들고, 재미있는 도시, 활력 넘치는 꿀잼도시는 결국 우리들의 마음 속의 준비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희석 울산시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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