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국민의 합리적 판단이 전제돼야
민주주의는 제기능을 할수 있어

▲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우리나라의 유튜브 월간 사용시간이 19억 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73분으로, 세계 유튜브 사용자 27억 명의 하루 평균 19분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시간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은 일상 속에서 유튜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검색만 하면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내 마음을 읽은 듯이 좋아하는 종류의 영상을 추천해 주기까지 하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정말이지 기특한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파리올림픽 때 경기 장면을 굳이 생중계를 기다려 보지 않고 시간이 날 때 유튜브에서 찾아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나 영화, 책까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요약본으로 내용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튜브의 편리함은 추천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한번 본 콘텐츠를 기억했다가 비슷한 소재나 주제, 내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 말이다. 여학생이 임신 관련 내용을 검색했더니 그 집으로 신생아 관련 제품 카탈로그가 송부되었다고 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나의 취향과 필요 사항을 알려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기특함을 넘어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내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첫 화면에 떡하니 보여주니 터치를 안 할 수가 없고, 넋 놓고 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유튜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소셜미디어가 이러한 알고리즘에 의해 나의 취향을 저격하니 불필요한 물건들을 소비하게 되고, 웹툰, 게임, 쇼츠 등에 중독되어 독서를 하거나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시간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정치적 영역에 가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세계 질서가 20세기 초 즉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20세기 초반 상황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영국 등 기존 제국주의 세력에 독일 등 신흥 제국주의 국가들의 반발로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전의 상황과 지금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대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보면 3차 세계대전이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의 원인을 더 들어가 보면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위기가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그 전제는 사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국민, 즉 자신의 이익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국민이 전제가 된다. 그런데 현재의 국민들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즉 자신의 집권을 위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고, 그에게 호감가는 콘텐츠를 한 번 보기만 하면 계속 그와 유사한 콘텐츠만 제공되다 보니 그의 주장이 옳다는 확증편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유튜브, 나아가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문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내 생각이 나도 모르게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문제를 자각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알고리즘의 추천 설정을 해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많은 장점도 놓치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최소한 정치적 콘텐츠에 관해서는 반드시 비슷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반대 콘텐츠도 동시에 제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치적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냐고?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면 미국 뉴욕주에서는 2024년 6월7일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에 따른 중독성 있는 콘텐츠 제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 콘텐츠에 대해 다른 주장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양극화된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할 유일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하여 고언한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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