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재봉틀, 아버지의 선물
김필자씨 열살때 받은 재봉틀
혼수로 가져가 40세까지 사용
재봉틀로 만든 저고리도 소개

▲ 재봉틀과 손수 만든 한복 및 버선.
2012년 봄, 6월 개최될 울산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 기증유물 특별전을 한창 준비할 때였다. 기증유물 특별전이다 보니 기증해 주신 분들을 찾아뵙고 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담고자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중 인터뷰 당시 78세 이셨지만, 수줍은 소녀의 웃음을 간직하신 김필자님의 모습은 지금까지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다.

김필자님은 2011년 4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재봉틀 1점과 바늘꽂이 1점을 울산박물관에 기증하셨다. 1934년 울주군 청량면에서 김수열님의 셋째 막내딸로 태어나신 김필자님은 열 살 무렵 아버지에게 이 재봉틀을 선물 받으셨다고 한다. 재봉틀은 미국 브랜드인 ‘THE SINGER MANFG.CO’ 제품으로 재봉틀 하단에 시리얼 넘버(G7722563)까지 표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어 사용된 제품으로, 상당히 고가로 거래되어 쉽게 가질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 김필자님의 아버지는 청량면장이어서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는데, 마을의 다른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고 두었던 고가의 재봉틀을 중고로 구입해 막내딸인 김필자님에게 선물하셨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는 김필자님이 19세일 때 돌아가시게 되었다. 3년 뒤 김필자님은 고향인 청량면에서 범서읍으로 시집을 가면서 아버지가 주신 재봉틀도 같이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혼수품으로 저고리 3벌과 버선을 직접 재봉틀로 만들어 오셨는데, 인터뷰 때 우리에게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저고리는 고름이 매듭지어진 상태였는데 시집올 때 만들어 와 한 번도 입지 않고 고이 보관하셨다고 한다. 이후 재봉틀로 가족의 옷을 만들거나 이웃들의 옷을 수선해 주는 등 잘 사용하시다 40대 이후에는 보관만 해오셨다고 한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재봉틀을 울산박물관에 기증하신 이유를 여쭤보았다.

김필자는 님은 이에 대해 “내가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박물관에 놀러 갔는데, 거기에 내가 쓰는 재봉틀과 같은 재봉틀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물건도 유물이 될 수 있구나 싶었지요. 마침 울산박물관에서 유물을 수집한다는 말이 있어 우리 아들한테 알아봐 달라고 해 기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자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울산박물관에 기증할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물건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역사적 가치를 가진 물건도 있고, 기증자의 가족에 대한 추억과 사랑이 가득 담긴 애장품인 경우도 있다. 재봉틀이라는 물건만 봤을 때는 옷을 만드는 도구로만 볼 수 있지만, 이 기증품은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자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더불어 막내딸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과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현정 울산대곡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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