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가을이 되면 울산을 비롯한 전국이 다채로운 축제들로 활기를 띤다. 동시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과 서울아트마켓과 같은 국제공연마켓들도 열려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장이 펼쳐진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 서울이나 해외에 비해 다양한 공연 예술과 문화 콘텐츠의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외부와 단절된 고립감을 느낄 때가 있다.

울산에서는 수십여 개의 축제가 매년 열리지만, 공연과 체험, 플리마켓, 드론쇼, 등 유사한 프로그램을 같은 장소에서 반복하고, 출연 가수들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반복은 울산이 보유한 문화적 자원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지역 문화의 매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울산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지역 내에서도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지역 예술인들도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사업을 기획할 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얼마나 많은 지역민이 실제로 참여하고 수혜를 받는가?”라는 것이다. 지역에서 거둔 세금을 다시 지역으로 돌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최대한 많은 주민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지역 중심, 규모 중심의 사업 방향이 오히려 더 넓은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이 지역이 더욱 확장성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민들에게 제한된 문화적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이 이미 보유한 역사적 자산을 문화와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 시도의 핵심은 지역의 풍부한 역사적 자산을 단순히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을 창출하는 데 있다.

오는 10월18일, 울산의 근대문화유산인 구남창역이 단 하루 동안 다시 문을 연다. ‘인생역전 프로젝트: 남창역 전성시대’를 통해 7팀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사랑, 행복, 희망을 담은 7가지 문화콘텐츠를 선보인다. 먼저 구남창역은 과거 남창역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는 사진전을 열어 울주문화1번지로 거듭난다. 신역사에서는 △희망을 실은 1980년대 브라스밴드 △사랑을 잇는 2000년대 스트릿댄스 △행복을 담은 2020년대 거리극이 KTX 이음 정차로 맞이할 남창역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이 프로젝트는 남창역을 단순히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하는 것을 넘어, 울산과 전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전환하는데 목표를 둔다. 역사적 공간을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변화시켜, 울산이 더 이상 고립된 도시가 아닌 전국과 소통하며 연결되는 문화적 거점 도시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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