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기상청은 기후데이터분석을 위해 매월 1일이 되면, 지난달의 기상특성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지난 8일 발표한 9월 기후특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기상관측이래 사상 첫 9월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났던 올해 9월은 월평균기온과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가 모두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더운 9월’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24.7℃(평년 20.5℃)로 197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1위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46곳에서 9월 일최고기온 극값 1위를 경신하기도 했다. 9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 역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폭염일수는 6.0일로 평년(0.2일)의 30배에 달했다. 9월까지 연간 폭염일수는 30.1일로, 평년 11.0일의 약 3배를 기록했으며 2018년(31.0일)에 이어 역대 2위를 차지했다.

9월 가을초기까지 버티던 여름철 폭염 고기압이 10월에 길목을 내주며 이맘때 날씨로 되돌려 놨지만, 워낙 뜨거웠던 날씨탓에 가을이 가을답지 않은 진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풍이다. 국내 민간기상사업자 케이웨더가 올해 첫 단풍 예상시기를 3일에서 6일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이미 전망한 바 있는데, 실제 지난 10월 4일 설악산의 첫단풍이 작년보다는 4일, 평년보다는 6일 늦게 관측됐다. 예년같아서는 9월 28일쯤에 선보여야 할 단풍이 10월 들어서야 드러난 것이다.

단풍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9월 여름철 수준으로 높게 유지된 기온 탓이 크다. 설악산의 9월 평균 기온은 14.2℃로 평년보다 3℃ 이상 높았고, 특히 아침 기온이 예년보다 포근해서 일 최저기온이 5℃ 아래로 떨어져야 만들어지는 단풍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도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가을 벚꽃! 3월 말에서 4월 초에나 볼법한 벚꽃이 이상기후로 따뜻한 가을을 봄으로 착각해 가을에 꽃을 피운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가을 탓에 이미 수 년전부터 가을벚꽃 소식은 지역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늦어지는 단풍은 단순히 단풍나들이를 미루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단풍나무가 생육을 멈추고 겨울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인데 단풍시기가 늦어지면 월동준비의 충분한 시간을 갖지않은 단풍나무의 생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봄의 벚꽃과 가을 단풍의 교차, 이상기후로 식물의 주기적인 리듬이 깨지면 향수 식물의 생장과 더불어 생태계 전반의 교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에 눈치없이 흐드러지는 벚꽃은 반가움보다 위기의식을 느껴야한다. 우리가 기후감수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잔인한 지구의 기후위기 경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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