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창의적 도시 핵심이 될
디자인 산업에 관심과 지원을

▲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오랫동안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화학공업은 울산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급변하는 세계 시장 환경은 울산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이제 울산은 기존의 산업 구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디자인 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성을 극대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구현하는 총체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울산의 뛰어난 기술력에 혁신적인 디자인이 결합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울산 기업들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현재 울산은 심각한 인구 유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년층과 여성 인력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어,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울산의 인구는 2022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1만5000명이 감소했으며, 20~30대 청년층의 유출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울산의 산업 구조가 젊은 세대와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자인 산업의 육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디자인 분야는 창의성과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청년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유연한 근무 환경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업무 특성으로 인해 여성 인력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울산의 디자인 산업 기반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 등록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는 188개에 불과하다. 이는 부산(906개), 대구(728개), 인천(454개), 광주(678개), 대전(487개)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다. 이러한 현실은 울산이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함을 시사한다.

울산이 디자인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디자인 관련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울산시는 독자적인 디자인 재단이나 디자인창업 지원 기관을 설립해, 청년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자금, 공간, 멘토링(mentoring) 등의 자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창의적 인재들이 울산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디자인 교육과 산학협력을 강화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울산의 대학들과 기업들이 협력해 지역 산업에 특화된 디자인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현장실습 기회를 확대해 학생들이 재학 중에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산업과 디자인 산업 간의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방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디자인 산업의 육성은 울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도시로 거듭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을 넘어, 울산의 산업 전반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청년과 여성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울산을 변모시키고, 기존 주력 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미래는 창의성과 혁신에 달려 있다. 디자인 산업의 육성은 울산이 국가 경제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디자인 산업에 대한 울산시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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