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위에 건립하려는 계획은
상징성보다 입지적 한계가 더 커
강변로 바깥에서 찾는게 합리적

▲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

민선 8기 김두겸 시장 핵심 공약 중의 하나가 ‘세계적 공연장’ 건립이다. 지난 1월 울산시는 2024년을 맞아 ‘유잼도시 울산’ 실현을 목표로 문화·관광·체육 분야 주요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특히, 태화강 위에 건립 예정인 세계적 공연장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대한민국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하도록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토 중인 위치는 울산교 부근으로 강을 낀 중구 쪽, 강의 중간 부분, 중구와 남구 양쪽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이 위치는 조선 시대 이후 울산의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즉, 1477년경 축조된 울산읍성 남문에서 나온 남북도로가 태화강과 만나는 곳으로, 성문을 통해서 객사와 연결하는 대로가 이어졌다. 지금의 중구 문화의 거리다.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울산교 자리에 태화강 중간의 중도라는 섬을 기준으로 중구 방향에는 울산교, 남구 방향에는 성남교라는 목조 교량이 설치되어 강남과 강북을 이어주었다. 1928년에는 지금의 남구청 부근에 비행장이 문을 열었고, 1930년경에는 태화강 제방이 축조되었으며, 이어서 1935년에는 울산교가 철근콘크리트 교량으로 새로 건설되어서 강남·북을 자유롭게 잇게 되었다.

이곳은 현재 도시경관 측면에서도 울산을 대표하는 장소다. 울산을 상징하는 태화강이 흐르고 있고, 남구 야음동에서 시작된 폭 50m의 번영로 연장선이 이 일대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력한 역사 축이자 자연 축인 태화강과 가장 핵심적인 도시 축인 번영로가 이곳에서 만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일대에 세계적 공연장이 들어설 경우 울산의 핵심 상징공간이자 울산의 랜드마크로 기능하는데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위치는 몇 가지 세계적 공연장 입지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핵심 원인은 태화강이라는 입지조건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태화강 경관과 관련된 문제다. 뉴스에서 살펴본 공연장 규모는 건축면적 1만5000㎡, 연면적 5만㎡, 높이 30m, 3000석 규모의 대공연장 등이 갖추어진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이 강 위에 들어서면 태화강 풍경은 단절된다. 가령 건축면적을 기준으로 할 때 공연장 바닥 크기는 200m×150m 이상이다. 또한, 강 중앙과 양안을 막론하고 제방 높이에 강변도로 상부의 여유 공간을 더하면 공연장 최고 높이도 훨씬 더 높아진다. 간단한 비유를 하면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울산교 위에 얹혀 있다고 상상해 보면 된다.

둘째, 주차장 문제다. 울산교 남단과 북단 일대에는 대규모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부지가 없다. 따라서 주차장이 공연장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건물은 더욱 높아지고 공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물 하부의 강물에 폭 100m 이상 햇볕이 들어가지 않는 구역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셋째, 접속도로 설치는 더욱 큰 숙제다. 태화강에 공연장을 지을 경우 강남로와 강북로 등 강변도로를 통해서 차량이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해서는 입체 도로 방식을 도입해야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다.

넷째, 인허가 문제다. 태화강은 국가하천이다. 작은 구조물 하나를 설치해도 낙동강환경청을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하물며 대규모 공연장의 경우는 이 과정을 헤쳐나가는데 많은 행정력과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빈발하는 이때 강의 치수 기능을 생각하면 인허가는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비용 문제다. 태화강 수면 위에 공연장을 지을 경우 부지 비용은 절감되겠지만, 접속도로와 주차장 건설 등 추가 비용이 크게 늘어 나고, 또한 이들 기반시설 공사와 인허가에 오랜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울산시가 태화강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 공연장 부지는 건설 기간, 부대시설 설치비용, 인허가 문제, 태화강 경관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강변도로 내부가 아니라 바깥쪽에서 찾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 같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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