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 야생버섯 중에서 단연 가장 큰 버섯은 ‘댕구알버섯’이다. 배구공처럼 둥글고 우람한 흰색의 버섯에서 위압감과 함께 경외심마저 느낀다. 크기뿐만 아니라 향기마저 풍기는 댕구알버섯을 보면 생명에 대한 경이감을 가지게 된다.

제14호 태풍 풀라산의 후폭풍으로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지난 9월21일 ‘울산 버섯 생태교실’ 밴드에 조상제 전 교장선생님이 자신이 발견한 댕구알버섯 사진을 올렸다. 반가운 마음으로 어디서 보았느냐고 하였더니 범서 구영리에서 났다고 한다. 울산에서는 2016년 삼호섬에서 이 버섯이 처음 발견된 이래 8년만의 경사였다.

이 버섯은 국내에서는 1973년 안동에서 발견된 이래 2012년 경주에서 다시 발견되기까지 근 40년간 발견되지 않던 희귀버섯이다. 그 뒤 거의 매년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언론에 보고되고 있다. 댕구알버섯은 지혈과 해독, 남성 성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수천만 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 댕구알버섯과 발견자 조상제 전 교장.
▲ 댕구알버섯과 발견자 조상제 전 교장.

여기서 ‘댕구알’이 무엇인지 실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눈깔사탕’이라고 설명되어 있으니 둘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1927년 주요섭의 소설 <개밥>에 ‘댕구알사탕’이 언급되고, 전 석남사 신도회장 조홍식 법사가 ‘어릴 때 구슬치기를 댕구치기, 알사탕(왕사탕)을 댕구알사탕이라고 하였다’고 하므로 ‘댕구알’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사용된 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가장 큰 대포인 대완구(大碗口)를 ‘댕구’라고 부르기도 하였다니 그 포탄을 ‘댕구알’이라고 불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컨대 그 어원은 국어학자들이 확실히 밝힐 일이지만 댕구알이라는 용어는 사라져버릴 뻔한 의미 있는 우리말임에 틀림없다.

근자에 전국 곳곳에서 댕구알버섯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자연환경보존 운동의 결과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가 개선되고 부식질이 쌓여 땅이 되살아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울산에서 댕구알버섯이 심심찮게 발견된다는 사실은 오염이 심한 공업지역이라고 알려졌던 울산이 생태적으로도 우수한 그린 지역으로 바뀌었음을 방증하는 결과이다. 이것은 울산이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한 데 이은 반가운 쾌거라 할 것이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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