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생생 부는 겨울, 담백하고 고소한 열기회 생각이 절로 난다. 두서너점 젓가락으로 집어 코 찡하게 울리는 고추냉이 풀은 회고추장에 듬뿍 찍어 상추에 얹고 마늘 반쪽 더하여 한입에 톡 털어 넣으면 그 오묘한 맛이란. 생각만 해도 황홀경이다. 도저히 열기 낚시를 안가고는 못배기겠다.

최근 방어진 슬도나 간절곶, 평동 나사리 쪽에 열기 꽃이 많이 핀다는 소문이다. 이른 새벽,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간절곶 앞바다로 나갔다. 열기사냥을 위해 배에 올랐다. 속에는 내피를, 겉엔 방수방한 잘되는 낚시복을 입고선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까지 착용했다. 낚시기본자세를 완벽하게 갖추고 동장군의 매서운 입김에도 당당히 맞설 준비를 마쳤다.

낚시꾼 3명을 태운 선장, 열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를 찾느라 혼자서 분주하더니 "자! 낚시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모두들 바늘 여러개 달린 외줄낚시채비에 새우를 끼우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둘러 물속 깊이 낚싯줄을 내렸다.

30곒 아래까지 낚싯줄은 계속 풀려나갔다. 그리고 한 10곒 쯤 더 풀렸을까? 잘 내려가던 줄이 멈추었다. 이제서야 바닥에 낚시추가 도착한 모양이다. 열기들이 미끼를 보고선 군침을 줄줄 흘리도록 낚싯대를 위로 아래로 살살 고패질을 해줬다.

'툭 툭'하고 약은 입질이 서너차례 손에 전달된다. 고패질을 강약을 조절하여 더욱 열심히 해댔다. ' 투두 투욱', '투둑', ' 툭' 여러 놈들의 각양각색의 입질이 손으로 전달된다. 아마도 선장이 포인트를 정확하게 찾은 것 같다. 연속적으로 거침없이 미끼에 달려드는 걸 보아 수 십 마리의 열기들이 떼로 모여 있음이 분명했다.

거의 빈 바늘이 없이 주렁주렁 달려있을 열기를 생각하며 릴을 힘차게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엄청 휘어진 낚싯대로 인해 릴링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한 2분 정도 감아 올렸다. 밑 채비가 수심 2곒 즈음에 다다랐을까? 줄을 타고 줄줄이 올라오는 열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크, 오늘 열기꽃이 함박 피겠는 걸."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이 귀에 걸려 웃음꽃이 함박 폈다. 주렁주렁 달려오는 열기를 보니 내년 한해 농사와 경제, 사회, 스포츠 등 모든 분야들이 풍년을 맞이 할 것이라 암시하는 것 같아 마음까지 풍요로워졌다.

이렇게 계속 히트되어 올라오는 열기낚시를 두어시간 가량 했을까? 이미 쿨러는 반 이상 차 올랐다. 몇 마리는 가족과 함께 회로 먹을 거고, 또 몇 마리는 구어서 본가·처가 식구와 함께 먹을 거며, 또 나머지는 매운탕 끓여 친구와 술 한잔…. 상상만 해도 기쁨이 배가 됐다.

#열기낚시 포인트

▶열기=회색을 띤 적갈색의 몸 빛깔과 5개의 갈색 가로띠가 등 쪽에 있고 황금색의 눈알을 가졌다. 정확한 명칭은 '불볼락'이지만 남해안쪽에선 흔히 '열기'라고 부른다. 주로 80~100곒 깊은 암초 지대에 서식한다. 25cm정도의 크기로 성장하려면 6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야 된다. 만일 30cm되는 열기를 잡았다면 나이가 적어도 10살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타는 곳=△간절곶 방파제에 있는 횟집 주차장에 주차하고, 방파제 입구의 포구에서 낚시배를 이용할수 있다. △신리포구에서 김선장, 손선장배를 이용하여 간절곶으로 이동, 선상 낚시를 하면 된다.

▶채비=△릴대 : 선상 전용 우럭대 △릴 : 4000번이상 △원줄 : 8호 이상 △목줄채비 : 카드채비 △추 : 조금시 50호, 사리시 80호 이상 △미끼 : 민물새우나 크릴 △선비 및 밑밥 : 6만원선

▶성수기=2월말까지

▶주의사항=△센 조류인 사리보다는 약한 조류의 조금때가 유리하다. △방한복 및 구명조끼 착용으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김태경 울산바다낚시동호회(ulbadong.aykt6.com)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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