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 김나비
말뚝에 묶인 듯 내 눈길에 묶여서
진종일 언저리를 빙글빙글 맴돌다
내 곁에 식물로 선 채 푸른 울음 삼키며
가을이 이미 저만치 가고 있다.
염소가 옴~매~애~ 떠나가는 계절을 더욱 재촉한다.
말을 잊은 채 바로 그 곁에 오지 못하고 멀거니 서서 바라보는 중이다.
염소는 낯선 사람이 다가가자 쳐다보지도 않고 물어보기는커녕 뒷걸음만 친다.
잎도 없는 밤나무에 묶여 빙글빙글 돌다 말고 두 무릎 반쯤 꺾어 푸른 울음만 붉디붉게 옴~매~애~ 귓전에 들린다. 김정수 시조시인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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