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추수를 끝낸 들판에는 어느덧 적막감이 흐르고, 가을의 속박에서 벗어난 낙엽들이 버스럭거리며 말라간다. 독감철(Flu season)이다. 계절이 말라갈 때 독감이 유행해서 이맘 때를 독감철이라 부른다.

독감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공기 중 비말을 통한 전파도 중요하지만,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한 전파가 더 중요하다. 실험 결과 금속 손잡이에 묻은 바이러스가 손과의 접촉을 통해 약 4시간이 지나자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고, 절반 이상의 직원이 감염되었다. 접촉을 통해 묻은 바이러스는 보통 사흘까지 활성을 띠지만, 콧물을 통해서 달라붙으면 2주일 반 동안도 생존할 수 있다.

독감은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바이러스가 내 몸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다.

손 씻기가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살균소독제를 필요 이상으로 남용하는 것이 문제다. 살균소독제는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나쁜 세균뿐만 아니라 좋은 세균도 죽인다. 손세정제나 살균비누도 마찬가지다. 2016 미국식품의약청(FDA)은 이들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살균비누에 흔히 들어가던 성분 19가지를 금지했다(빌 브라이슨, 바디:우리몸 안내서, 까치글방, 2020).

사람들의 피부에는 1㎠당 약 200종류의 미생물이 10만 마리나 살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폐도 평균적으로 174종의 바이러스를 품고 있다(샌디에고 주립대, 대너 윌러). 이들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외부 병원체의 침입을 방어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닌 몇 종류의 유전자는 이미 우리 몸의 유전자에 편입되어 우리 몸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김홍표, 크리스퍼 혁명, 동아시아, 2017).

손소독제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면 우리 몸에 이로운 이들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치고, 내성을 지닌 병균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손 세정제나 살균소독제는 시술을 앞둔 의사들이나, 다중시설 출입 등의 특수한 목적 외에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 집과 사무실에서는 물과 비누로 30초 이상 자주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