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시작은 법률 무시에서 출발
현실 무시한 포퓰리즘 편승 치달아
지지율 최저 기록…완전 변화 필요

▲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영국의 사학자이자 정치가인 액튼 경(Lord Acton: John Emerich Edward Dalberg-Acton, 1834~1902)은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경구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한국정치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권력의 절대화란 무엇인가?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왕정이나 혁명정부와 같은 절대권력의 경우는 더욱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되었던 역사적 경험에서 권력의 절대화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 2021년 봄, 한국정치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의 지나간 사건들 속에서 문재인정부는 절대화될 위험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국정치의 한 축인 보수정권이 자멸적 수준으로 붕괴하면서 문재인정부는 모든 정치적 정당성 뿐만 아니라 역사적 정당성과 정책적 정당성까지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그리하여 41.08%의 지지율로 집권한 문재인정부는 한 때 80%라는 엄청난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야당 및 야권세력은 소위 집권세력의 ‘적폐청산’ 광풍에 추풍의 낙엽처럼 몰락해 갔다.

그 이후의 현 정권의 절대권력 행사는 권력담당자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민주주의를 파괴해 가고 있었다. 헌법정신, 법치주의, 정의, 공정 등등 현 정권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자기들 세력을 보호하는 데에서는 발현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태도에 의아해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정적 계기는 소위 ‘조국 사태’였다.

그 이후 연속적으로 터지는 권력 관련 사건들, 유재수 감찰무마사건, 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 사건, 라임펀드 사기사건,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등등과 급기야 토지주택(LH)공사 부정투기사건, 국회의원 및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비리 사건 등은 모두 같은 맥락의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부패사건들이다.

현 정권의 핵심인 문재인 대통령과 권력핵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부패하기 위하여 권력을 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느 시대의 권력담당자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권력이 부패로 끝나게 됨은 또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부패의 시작은 스스로 세운 원칙과 법률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민생이 어려울 때 현실과 괴리된 이념의 잣대로 정책과 인사를 단행한다. 이념이라는 것이 과도한 추상화와 단순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현실적 교란요인들에 대한 정교한 계산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대표적으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에 편승하게 된다. 국민경제의 능력범위 내에서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를 넘어서는 과도한 확장이 시도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가 연발된다. 그것이 소득주도성장이요, 보편적 복지요, 현실을 무시한 부동산정책 등이었다.

어찌 되었든 4·15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후 정부여당은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공수처 설치과정, 김학의 전법무부차관 기획사정 및 불법출금사건 수사 무마사건, 이용구 법무부차관 임명,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업무정지 및 감찰사건 등등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은 이 정권이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부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재보궐선거와 관련하여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폭락하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정부여당에게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가랑비에 옷이 젖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젖은 옷을 입고 있을 것인지 마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너무 과했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