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TAD, 한국 지위 선진국 변경
명실공히 세계 10위 경제대국 위상
시대착오적 수정주의는 폐기해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7월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회의에서 컨센서스(합의제) 방식으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A그룹: 아시아·아프리카그룹)에서 선진국그룹(B그룹: 서유럽그룹)으로 변경했다. 이 회의체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이 선후진국 모두로부터 선진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쾌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명실공히 선진국인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현재 엄청난 정치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 7월1일 그 자격이 의심스러운 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은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으로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30여년 전 이미 폐기된 것으로 알았던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이 21세기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그대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논리는 6·25동란과 관련하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의 남침을 부추겼다거나 남북 쌍방의 공동책임이라는 엉터리 역사수정으로 연결된다. 1995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한 구소련 비밀문서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정반대의 주장들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논란은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해방 당시 한국은 대한제국을 마지막으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정치적 실체가 삭제되어 있었고, 1945년 2월의 얄타회담에 따라 미·소는 일본의 영토를 점령하고 일본군 무장을 해제시키기 위하여 온 점령군이었다. 따라서 미군은 점령군이지만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하는 주장은 절대로 타당치 않다.

둘째, 1948년 8월15일에 구성된 대한민국 정부 초대내각은 가히 독립운동 내각으로 불릴만했다. 백범 김구 선생과 김규식 선생 등의 민족진영의 참여거부가 있었지만, 친일인사들은 거의 배제되었다. 그리하여 이승만 정부의 초대내각은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방장관, 이청천 무임소장관 등등 거의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신익희 국회의장과 김병로 대법원장도 각각 임시정부의 내무총장과 항일변호사로 활동한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친일파와 미 점령군의 합작 속에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반면 북한의 김일성 정권은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로서 김영주 부주석(일제 헌병보조원), 장헌근 사법부장(일제하 중추원참의), 강양욱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일제시대 도의원), 한낙규 김일성대 교수(일제강점기 검찰총장) 등등 친일인사들을 다수 포진시켰다.

셋째, ‘반민특위’ 문제는 복잡한 과정이 있지만, 법리상의 문제점도 있었고, 국내외 정세가 이미 냉전으로 치닫고 있었던 당시의 국제적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수립 이전부터 ‘제주4·3사건’으로 커다란 시련에 부딪혔는데, 이를 진압하기 위하여 여수에 주둔하던 제14연대가 1948년 10월19일부터 주동한 여순반란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빨치산투쟁’은 6·25동란 이후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남로당 계열의 간첩들이 준동하던 상황은 국내적으로 대혼란을 일으켰고 소위 ‘노덕술’로 대표되는 친일경찰을 다시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측면도 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총제적 수탈, 그 이후의 김일성이 도발한 6·25 동란과 그로 인한 완전한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시대착오적 수정주의에 대하여 단호하게 용도폐기를 선언해야 할 것이며, 그 추종세력이 있다면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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