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에는 고래 외에도 호랑이, 여우, 늑대 등 상당히 많은 종의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이 가운데 사슴은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동물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사슴들은 뿔의 모양, 꼬리의 길이, 몸체와 다리의 형태 등 사슴의 특징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종의 구별이 가능하다.

반면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몸체의 비율이나 사슴의 특징을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뿔을 강조하면서 사슴을 쌍으로 표현한 특징이 있다. 크고 화려한 뿔을 가진 사슴은 암각화를 비롯한 선사예술의 주요 주제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유적에서 출토되는 동물군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반구대 암각화의 사슴문양
▲ 반구대 암각화의 사슴문양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사슴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선사시대 사람들은 사냥으로 얻은 동물을 다양하게 이용했다. 사슴의 경우 고기·골수 등은 단백질 공급원이 됐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의복이나 집을 짓는데 쓰이는 가죽, 다양한 도구나 장신구를 만들 수 있는 뼈, 뿔, 이빨 등 활용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시대 유적에서 발견되는 동물뼈 가운데는 사슴과 같은 온순한 초식동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슴은 당시 생태환경에서 개체수가 많고 무리지어 서식하며 온순해서 사냥할 때 위험 요소가 적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암각화를 새기는 행위 자체를 의례행위라고 볼 때 번식과 풍요를 바라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즉 사냥 대상을 의례 행위의 상징으로 삼아 신앙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암각화에 표현된 사슴은 뿔을 중심으로 특징이 매우 상세하게 표현되며, 동작에 의미를 부여해 서로 짝을 짓거나 마주하는 모습 등으로 새겨진다. 사슴을 사냥하기 위한 선사시대 사람들의 염원과 노력이 고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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