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과 어린시절 친구·지인이 있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있는 곳
진정으로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고향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해서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보낸 휴가는 활동에 제약은 있었지만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훨씬 의미 있고 좋았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몇 가지 관계는 혈육, 친구, 인생의 스승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향에는 타향에 있으면 늘 그리운 혈육과 어릴 적 친구들이 있다. 인간의 감수성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년시절과 젊은 시절의 추억이 고향의 풍경과 더불어 이들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고향은 편하고 좋다.

3개월의 기간 동안 휴가도 보내고 재택근무도 하면서 지내니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해외에서 국제전화나 화상 회의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통신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러한 일들이 이제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좋은 시대에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재택근무의 큰 장점은 직장과 집으로 출근과 퇴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활동들이 비대면이니 대화가 제한되고 그로 인해 인간적 관계의 결여가 염려된다.

말레이시아의 신규 확진자 발생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 달 전 한 바이러스 학자가 이런 상태라면 2주 내에 2만 명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통계학적 예측의 정확도에 놀랐다. 이곳 정부에서는 백신접종률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면서도 직장에 출근 인원을 제한하고 또 출근을 하는 직원은 매 2주마다 RTK 테스트를 해 결과를 관계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자가 확산되고 이로 인해 격리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 백신 접종 후의 후유증상으로 인해 의료휴가 사용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생산 현장에는 조업인원 부족으로 인한 생산중단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폐쇄공간에서의 모임과 신체접촉 활동을 차단하다 보니 대부분의 소규모 자영업은 영업을 할 수 없고, 스포츠 활동도 금지됐다. 단 백신 2회 접종을 마치고 증명서를 소유한 사람들에 한해 국가재건계획 2단계 이상의 지역에서 일부 활동을 완화시켜 주었다. 이번 주부터는 전 지역에 대해 부분적으로 확대 적용을 해 경제적 문제와 심리적, 육체적 문제를 다소 해결하는 방향으로 시행한다고 한다. 강화된 이동통제 명령으로 3개월여나 경제 활동을 하지 못했으니 그 고충과 불만이 얼마나 많겠는가.

어쨌든 휴가 차 한국에 귀국해서는 자가격리를 2주간 했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호텔에서 2주간 격리를 했다. 한 달여의 시간을 정해진 공간에서만 생활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자가격리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나, 호텔이나 격리시설에서의 격리는 제공되는 음식만 먹거나 배달이 허락된 브랜드의 메뉴 중에서만 주문할 수 있으니 3끼의 식사 때문에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것은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무료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문제는 주말이었다. 그 이틀은 정말 여느 때와 달리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통제를 당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자유로운 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새삼 느꼈다. 가끔 이곳에서 정착해보는 것을 권유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이유는 국내의 정치적인 불안과 날로 증가하는 과중한 세금문제 등으로 생활의 불안을 느끼는 것이 주 이유인 것 같다. 그 때마다 나는 경험적으로 주장한다. 진정 살고 싶은 곳은 많지 않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고향이다라고.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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