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의 박물관거리처럼
태화강변에 공공문화시설 집중해
홍박 주장했던 문화도시 거듭나야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오늘 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홍박’(고 홍수진 시인)입니다. 그는 구형 녹음기와 큰 마이크 들고 나타나 울산과 문화에 대한 식견을 늘어놓던 MBC PD였습니다.

그가 평소 그리고 마지막까지 주장한 것이 태화강변에 문화거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당시 건축학과 교수로서 건축가협회장를 맡고 있었고, 울산시 건축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가끔 나를 찾아와 태화강변 문화거리 조성에 애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가정원을 걷다보면 속절없이 세상을 떠난 그가 생각납니다. 프랑크푸르트의 박물관거리를 홍박에게 설명하고 맞장구만 쳤지 정작 도와 드린 게 없었습니다.

부산의 화랑 관계자들이 아트페어에 참가한 울산의 화랑 대표 겸 화가에게 “울산에도 갤러리가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울산의 문화수준에 대한 타 도시의 이같은 인식도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고 백남준의 ‘거북’ ‘시스틴 채플’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를 1~3호 소장품으로 갖추게 되면 많이 바뀌겠지요.

프랑크푸르트의 마인강변 ‘박물관거리’에는 35개의 박물관이 모여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오데르’시와 구분하기 위하여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으로 부르는 마인강가 지역입니다. 현대미술관, 유대인박물관, 공예 및 응용예술 박물관, 민족학 소장품의 세계문화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역사박물관, 자동차박물관, 괴테하우스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예술영화를 포함하여 영화제작의 발전을 설명한 독일영화박물관, 소규모 영구컬렉션과 세계적 건축 프로젝트와 유행작을 전시하는 독일건축박물관, 백남준의 ‘Pre Bell Man’(1990년 작)이 있었던 우편통신박물관, 슈테델미술관, 그리스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조각전시장인 리비그하우스, 기독교 성화중심 아이콘박물관 등도 강변에 있습니다. 이로써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은 돈만 아는 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바뀌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박물관거리 조성 아이디어는 프랑크푸르트포럼에서 ‘모든 세대를 위한 문화’로 제안되었습니다. 도시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문화책임자 힐마르 호프만이 1977년에 제안했고, 1980년~1990년 사이 기존 박물관이 확장되었습니다. 국제적 건축가들이 초청되어 역사적 저택을 새로운 박물관으로 바꾸었습니다. 지금도 박물관들이 계속 진화하는 중입니다.

정원도시 울산에 관한 연구(울산연구원 2020)에 의하면,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울산 전역의 정원화도 제시되었습니다. 도시 외곽에 거점공원이 부족하고, 연계체계도 적다고 합니다. 공원시설 도시계획 일몰제로 공원 미집행 사례가 상당수 있습니다. 가로수를 따라, 강변을 따라 녹지축을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정원도시에 문화도시 울산이 병행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울산시 중구는 2021년 3월 ‘십리대밭 먹거리단지’를 ‘태화강국가정원 먹거리단지’로 변경했습니다. 이 단지는 1983년 태화불고기단지로 한때 언양불고기단지, 봉계불고기단지와 함께 소불고기특화단지로 유명했다가 쇠퇴했습니다. 중구는 2011년부터 상권을 살리고자 ‘십리대밭 먹거리단지’라는 특화음식거리로 지정했습니다.

1949년 3월 양산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내고 성인이 돼서 울산에 정착한 홍수진 시인은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과 박식함으로 ‘홍박’ ‘만능 예술인’ ‘울산문화의 파수꾼’으로 불린 방송인이었습니다. 울산 MBC 라디오편성부장, 울산문인협회장으로 활동하던 중 1997년 암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국가정원 먹거리단지가 홍박이 구상했던 문화의 거리와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꿈꾸며 천천히 걷습니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