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숙 수필가

직지사 탑은 없다. 신라 초기 눌지왕2년(418) 아도 화상이 터를 잡았다는 직지사에는 오층목탑이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때 사명대사가 머리 깎고 출가한 절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전각들과 함께 오층목탑도 불태워졌다. 지금 직지사에 들어서면 제 고향을 떠나 이곳에 터를 잡은 삼층석탑 4기가 눈길을 끈다. 쇠락의 길을 걷던 직지사가 중창을 거듭하고 사세를 확장하는데 보물로 지정된 정연한 4기의 삼층석탑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경북 문경군 산북면 옛 절터인 도천사에 나란히 쓰러져 있던 석탑 3기는 1974년 이곳 직지사로 옮겨 복원되었다. 두 기의 석탑은 대웅전 앞마당에, 그리고 한 기는 비로전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일주문을 지나 완만하게 굽은 길을 따라 대양문과 금강문, 사천왕문을 지나 만세루 계단을 오르면 동서 쌍탑이 먼저 반긴다. 보물 제606호로 일반적인 신라석탑이지만 기단은 단층이다. 처음부터 제 자리인양 팔작지붕의 대웅전과 장엄하게 짝을 이룬다. 대웅전에서 오른쪽으로 여러 전각을 지나면 목탁소리 끊이지 않는 비로전 앞에도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 제607호로 쌍탑과 크기와 형식은 동일하다. 비로전 청록색 단청과 산뜻하게 어우러진다. 도천사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3기의 석탑이 나란히 서 있는 독특한 절이었다.

▲ 김천 직지사 삼층석탑
▲ 김천 직지사 삼층석탑

성보 박물관인 청풍료 뒤에도 삼층석탑이 있다. 구미시 선산읍의 강락사 옛 터에 무너져 있던 것을 선산 군청 앞마당으로 다시 1980년 10월 이곳으로 옮겨 복원하였다. 단층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렸는데 높이 9m로 보물 제1186호다. 통일신라 말에 조성된 석탑으로 보기 드물게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지붕돌 네 귀퉁이의 반전도 경쾌하다.

직지사는 규모가 큼직큼직하다. 그러나 구석구석이 예쁜 절이다. 묵은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단청보다 곱다. 물길과 돌샘이 나타나고 작은 연못도 슬쩍 끼어든다. 찻집도 절묘한 곳에 숨어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멋들어진 삼층석탑이 있어 대찰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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