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프레임·마타도어 걷어내
주인의식 갖고 후보·정책에 집중을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각 진영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단지 대통령을 정하는 절차 정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당들에게 이는 죽고사는 문제가 걸린 최대의 ‘판’이다. 그래서 소위 ‘김대업’이 자꾸 소환되는 것이다.

선거분위기를 가장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단연 근거없는 ‘프레임’과 ‘마타도어’이다. 뭔가 있는 듯이 일단의 ‘폭로’가 나오면, 각 정당이 자기 진영을 옹호하는 의원들과 논객들을 동원하여 신문과 방송에서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 요란하게 떠들고 부산하게 나댄다. 국민들 눈에는 그저 뻔한데도 말이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고, 모든 손해는 국민들 몫으로 남는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 초반의 큰 줄기는 현 집권세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결구도인 것 같다. 인물됨됨이나 정책대결, 이념논쟁 등 다른 측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선국면에 접어들어 제일 먼저 접한 것이 소위 ‘줄리’가 등장하는 ‘윤석열 X파일’이었으니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그 용어도 낯선 ‘고발 사주’ 의혹이다. 어김없이 김모, 정모, 또다른 김모 등등 국회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경선후보들이 윤석열 후보를 공격했다. 물론 ‘사실이라면’이라는 탈출구를 확보한 채로 말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논객들은 역시 호떡집에 불난 듯했다. ‘뉴스버스’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제기한 의혹기사였기에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보건대, 이 또한 허당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기사에서 ‘고발 사주 정황’이 있다고 했는데, 좀 아는 사람의 눈에는 정황이 전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당시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주장부터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보직 자체는 검찰총장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이지만, 당시는 추미애 장관의 소위 1·10 검찰학살인사로 윤석열 총장의 측근들이 좌천되고 윤석열 총장을 포위하기 위한 인사의 일환으로 손 검사가 보임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 고발장이 쓰여진 날짜가 4월3일과 8일이라고 하는데, 그 시점이 또한 문제가 된다. 최강욱·황희석 양인이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낸 것이 4월3일인데, 그러면 그 고발장은 4월2일 이전에 먼저 작성되었어야 한다. 또한 당시는 국민의힘 당 국회의원후보에 불과한 한 인사가 선거기간 중에 그러한 서류를 받아 처리할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있었을까?

셋째, 한동훈 검사장 관련 고발사주도 제기되었다고 하는데, 이미 추미애 장관이 ‘검언유착’ 프레임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고발사주’를 할 어떠한 동기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끝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또 다른 모략인지, 아니면 국민의힘 당 내부의 권력투쟁인지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대통령선거 국면이고, 또 이럴 경우 사실관계는 대부분 유야무야 묻혀버린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선거운동의 본질과 벗어난 거짓프레임과 마타도어는 모두 ‘공작정치’로 보고 후보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제2의 김대업’도 국민들이 보고 싶을 때 소환되어 나타난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중심을 지키지 않으면, ‘김대업’에게 또 속게 되고, 손해만 보게 된다. 그러면 정치는 망하는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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