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전리 암각화에 새겨진 세선화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라고 하면 우리는 익숙하게 호랑이와 고래가 새겨진 바위그림을 먼저 떠올리지만 금속도구를 이용해 그어서 새긴 사람, 말, 용 등의 역사시대의 그림들도 있다.

천전리 암각화의 중심암면 하단에는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머리에 장식을 한 사람이 말을 끌고 그 뒤로 말을 탄 사람의 무리와 말을 끄는 사람과 긴치마 같은 옷을 입은 사람, 말을 타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무리가 길게 늘어선 기마행렬도가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돛이 달린 배, 장식을 한 말과 상상의 동물인 용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특히 오른쪽에서 볼 수 있는 용은 몸통에 비늘이 덮여 있으며 꼬리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네 발끝은 발톱까지 아주 상세하게 표현했다.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복장과 말과 장식 등 우리가 읽어 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우선 신라 법흥왕 7년(520년) 처음으로 신분에 따라 의복의 색상을 구별했다는 기록과 함께 독특한 복장을 한 인물들의 신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용은 신라시대 유물에 표현된 용의 모습과 유사하다. 신라시대는 건국시기부터 용은 왕권을 상징하는 동물로, 관련된 내용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그림에 표현된 기마행렬도의 사람들은 왕족과 연관 지을 수 있다. 그리고 배는 신라시대 울산에 고대항구 유적이 있었던 것과 함께 당시 해상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선으로 그려 단순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모습, 문화, 관념과 사고까지 엿볼 수 있다.

천전리 암각화에 새겨진 세선화는 또 다른 과거의 역사를 담아 오늘에 전하고 있는 암각화의 한 조각이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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