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성·배재가능성 가진 사적재화
자유시장 신호시스템 ‘가격’ 통해
합리적으로 분배될 때 가장 효과적
시장경제성 없는 재화인 공공재는
정부가 세금걷어 공급해야 유지가능
   
정부 기능과 공공서비스 확대 경향
시장경제보다 더 효율적일순 없고
정부는 운영자일뿐 혁신주체는 아냐
소득불평등·전통적 일자리 위기 등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 대두되지만
전통적 성장·혁신 가치 유지위해선
민간 통한 코로나 위기극복이 중요

▲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에서 재화의 종류를 배제 가능성과 경합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이용하여 구분한다. 배재 가능성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소비자가 어떤 재화를 소비하려 할 때 이를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합성은 한 사람이 어떤 재화를 소비하게 되면 결국 다른 이가 그만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재화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경험하게 되는 재화는 소위 사적 재화라고 부르며 배재 가능성과 경합성이라는 특징이 있는 재화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한다. 또 아이스크림의 개수가 고정돼 있을 때 누군가 한 개를 먹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먹을 수 없다. 즉, 배제 가능하고 경합성이 있다.

이러한 사적 재화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 시장을 통해서 자원이 분배될 때 가장 효율적이다. 자유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선호와 능력에 따라서 물건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고 마찬가지로 공급자 역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적절히 가격을 결정하고 물건을 판다. 물론 어떤 필요에 따라서 자원을 분배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라는 개념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정치적이며 이를 결정하기 위해선 소득, 성별, 재산, 나이, 인종 등 복합적인 개념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설령 어떤 기준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모든 이의 필요를 모두 수집하여 최적의 분배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시장은 이러한 분배를 철저히 가격이라는 신호시스템을 통하여 지극히 합리적으로, 동시에 자동으로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성이라는 의미에서 자유시장 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은 없다.

반면에 어떤 재화는 사적 재화가 가지고 있는 배재 가능성과 경합성이 없는 재화도 있다. 예를 들어, 망망대해의 배를 인도하기 위한 등대의 경우 등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선 배제 가능성이 없다. 적어도 등대가 빛을 바다에 제공하고 있는 한 그것을 이용하는 배를 현실적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몇 개의 배가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빛을 가리지 않는 한, 한 개의 배가 등대의 빛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다른 배가 등대의 빛을 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재화, 즉 배제 가능하지도 않고 경합도도 없는 재화를 공공재라고 부른다.

공공재는 시장에서 공급이 불가능한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그러한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무임승차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재를 민간이 공급하려고 하면 공급이 되지 않거나 혹은 공급되어도 필요량보다 더 소수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공공재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민간에 공급하는 것이 인정돼 왔다. 예를 들어, 국방 서비스, 경찰 서비스와 같은 것들이다. 물론 공공재를 넘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화의 경우에도 그것이 시장에 과소 공급되는 경향이 있어 국가가 공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의무 교육과 같은 것들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이전에도 다양한 이유로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확대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기능 및 공급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이해가 가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정부 역할의 확대는 일반적으로 민간부분의 축소를 의미한다. 여전히 정부는 시장보다 효율적일 수 없으며 특히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정부는 사회 혁신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 혹은 운영자이지 혁신을 만드는 주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확대되는 소득불평등과 같은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 혹은 자유시장 시스템의 부정적인 부산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정치 과정 등 시장 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최근 인간의 삶의 기준이 매우 높아지고 이에 따라 요구하는 정부의 역할 역시 확대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확대에 따라 전통적인 일자리의 위기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전통적인 시장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성장과 혁신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시장 시스템에 대한 회의를 키우는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과거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하거나 혹은 스크린 쿼터 축소와 같은 경쟁강화 조치들이 결국 시장의 성장 욕구를 자극했으며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은 창작자에 더 많은 자유를 준 넷플릭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민간의 혁신에 의해서 극복된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시장경제 시스템은 인간의 독립심, 이기심 등에 기반을 두었는데 다양한 의미에서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에서 인간은 이타적이라기보다는 이기심에 가까운 회색빛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자신에게 친절한 상대에게는 친절하고 그 반대에는 불친절한 존재이다. 적어도 인간에 대한 관점이 변하지 않는 한 시장경제 시스템은 기저에서 강력히 작동하고 있으며 때문에 정책이나 사회시스템 역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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