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인간은 책을 통해서 길을 찾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스웨덴 속담을 책과 관련지어 자주 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삶의 지향점은 대개 비슷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 중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다. 지리적인 길이든 지식적인 길이든 한 사람이 가고 싶은 길을 모두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갈래 길을 만날 수는 있다. 그 길에서 정보나 지식들을 얻는 방법이 책읽기다.

<글 읽기와 길 잃기>(홍성광/연암서가)는 이러한 생각을 잘 대변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길을 찾고자 애쓸 필요가 없음의 역설이다. 글을 읽는다면 설령 길을 잃어도 미로를 헤매는 막막함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잃어버린 길 위에서 여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피력한다.

저자가 피력한 내용은 여섯 부로 구분되어 있다. 삶의 지혜와 행복, 우정과 갈등, 법-시사와 정치, 시 읽기, 소설 읽기, 소설과 인물비교로 다양한 삶의 길을 제시한다. 공산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와 감미로운 서정시를 썼던 시인 하이네와의 우정은 아주 흥미로웠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사상을 존중하면서 교유했다니 오늘날의 공산주의가 마르크스의 생각과 얼마나 다르게 변질되었을까를 막연히 추측하게 된다.

하인리히만이 동생인 토마스만에게 느꼈던 열등감과 질투심도 흥미롭다. 동생을 넘고 싶은 욕망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동생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하인리히만이었다는 사실에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떠올린다. 동생을 넘지 못한 하인리히만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생각되기 쉬운 법이나, 심오할 수 있는 철학 이야기도 편안하게 다루고 있다. 모차르트를 지칭하는 세 개의 이름도 흥미롭다. 테오필루스, 아마데우스, 고트리프가 모두 ‘신의 사랑을 받는 자’란 뜻이란다.음악에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에게 딱 맞는 이름이다. 그에 걸맞게 신의 곁으로 빨리 간 것까지. 문학 쪽에서 우리나라 작가들을 외국 유명작가와 나란히 언급한 부분에서는 괜히 고마운 생각도 드는 책. 글을 읽고 길을 잃는다는 의미가 궁금한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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