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의사 총사령으로 활동한 조직
100년전 모든문서에 ‘광복회’로 언급
후손 모두가 힘모아 오류 바로잡아야

▲ 홍영진 문화부장

고(故) 박상진 의사를 기리는 언론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제103주년 삼일절을 전후해 더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는 울산의 인물이자 대표적 독립투사인 박상진 의사가 순국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이전부터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수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펼쳤으니 최근의 조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박상진 의사의 서훈 등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펼쳐온 10만 국민 서명운동이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맺게 된다. 박 의사는 서훈 등급 중 독립장(3등급)을 받았다. 공적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논란이 수십 년 이어져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울산의 정치·행정·경제·역사·문화·예술계가 힘을 합쳐 그의 독립운동 위업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사력을 다하는 중이니, 언론 보도를 포함한 최근의 재조명 작업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박 의사의 독립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직이 ‘광복회’이고, 박 의사가 광복회의 총 사령이라는 것도 알려진 지 오래인데, 이 광복회를 지칭하는 말이 방송과 신문은 물론 보도자료를 내는 행정기관마다 제각기 달라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름의 항일조직이 그 시대 함께 활동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무장 독립군인 ‘광복군’은 1940년 중국 충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조직했다. 국내에서 활동한 항일조직 중에는 ‘광복단’도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의사와 관련한 활동 단체는 ‘광복회’가 올바르다. 100여 년 전 기록된 모든 문서와 고신문은 박상진과 더불어 ‘광복회’라는 이름만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한광복회’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인다. 박 의사의 직함 역시 ‘광복회 총사령’이 아니라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표기된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전에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수십 년째 누적돼 오다 보니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포털사이트조차도 본래의 ‘광복회’가 아니라 ‘대한광복회’라고 검색해야 박상진 의사와 관련한, 1910년대 그 시절의 항일독립운동단체라고 알려줄 정도다.

그렇다면 ‘광복회’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어떻게 될까. ‘광복회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화면이 바뀌긴 하는데, 박상진 의사의 그 광복회가 아니라 해방 이후 1965년 창립한 사단법인 ‘광복회’로 연결시켜준다. 이 단체는 국가보훈처 감사에서 수익금 횡령 의혹이 불거져 지난달 수장이 사퇴했고 이번 주 삼일절에는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한 곳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박상진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며 울산에서만이라도 ‘광복회’라는 이름을 사용해 나가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착된 오류를 하루아침에 바로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러 위원들이 다짐을 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울산시의 최근 보도자료조차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 전시 ‘박상진과 동지들’을 소개하면서 광복회가 아닌 대한광복회로 작성해 배포했다. 이를 참고한 언론 보도 역시 대한광복회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전국에 노출되는 포털사이트의 대부분 기사도 대한광복회라는 잘못된 이름을 올바른 이름인 양 퍼나르는 상황이다.

독립유공자 서훈 제도는 1949년 ‘건국공로훈장령’이 공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7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서훈 승급은 여운형(2008년)과 유관순(2019년) 단 2건에 불과하다. 험난하고 어려운 일을 시작한 만큼 박상진 의사의 활약상이 제대로 평가되도록, 그리고 오류를 바로 잡아 올바르게 알려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챙기고 또 챙겨야 할 것 같다.

홍영진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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